[단독] 김앤장 “부동산업체 도장은 찍지 말자”

입력 2016-07-20 04:49 수정 2016-07-20 08:40
2011년 3월 18일 지금은 센트럴 푸르지오시티 오피스텔이 들어선 서울 강남구 역삼동 825-21 삼남빌딩 2층 회장실로 부동산 서류를 든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우병우(49) 청와대 민정수석의 처가가 상속받아 소유하던 삼남빌딩 등 1300억원대 부동산의 매매계약을 위해서였다. 매도인 측에서는 우 수석의 처가 인사들과 부동산 중개업자가, 매수인 측에서는 넥슨코리아를 대리하는 로펌 김앤장의 변호사 2명과 실무진, 또 다른 부동산 중개업자가 나왔다. D부동산 대표 A씨가 전한 계약 당일 풍경이다.

수년간 매물로 나와 있으면서 새 주인 찾기를 반복했던 이 건물의 매매계약은 이날 김앤장 변호사들의 주도로 이뤄졌다. 우 수석의 장모인 김모(76)씨가 부동산 매매계약서에 자신과 딸들의 도장을 찍었다. 넥슨 측도 도장을 찍었다. 부동산 중개업자들은 회장실에 들어가지 않고 회의실에서 계약 체결을 기다리고 있었다.

A씨도 이때 회의실에 있었다. 2009년 넥슨 측 의뢰를 받고 여러 차례 발품을 팔아 우 수석 처가와의 거래를 이끌어낸 그였다. 그는 회장실에서 매매 당사자들이 거래를 체결한 뒤 계약서에 중개인 자격으로 날인할 계획이었다. A씨는 이때 매도인 김씨의 사위가 직접 방문, 계약 직전 계약서를 검토했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다고 밝혔다. 다만 사위가 우 수석인지 여부는 직접 확인하지 못했다고 했다.

그런데 A씨는 이때 부동산 매매계약서에 날인을 찍지 못했다. A씨뿐 아니라 매도인의 거래를 중개한 J부동산 측도 계약서에 도장을 찍지 못했다. A씨는 김앤장 변호사들로부터 “부동산업체는 도장을 찍지 말고 가자”는 얘기를 들었다고 주장했다.

워낙 거액의 거래였던 터라 수수료 문제를 불안해하자 김앤장 측은 “대기업이 수수료로 문제를 사고 그러겠느냐, 이름을 빼고 가자”며 안심시켰다고 A씨는 전했다. 실제로 강남구에 신고된 부동산 매매계약은 당사자 간 거래로 돼 있다. A씨는 김앤장 측이 험악한 분위기를 조성하기까지 했다고 주장했다. 한 법조인은 부동산 중개인 날인을 못하게 한 것은 적어도 서류상으로는 누가 중개했는지 알 수 없도록 한 것일 수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김앤장은 “우리가 계약서를 검토한 게 맞다. 그러나 계약 관련 사안은 고객 프라이버시 내용이라 밝히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놨다. 넥슨 측은 “이런 큰 계약은 원래 중개사가 빠진다”며 “중개수수료 계약도 따로 맺는 걸로 안다”고 반박했다.

우 수석에 따르면 처가 인사들은 J부동산 측에 10억원에 달하는 수수료를 지급했다. 하지만 A씨는 1억6000만원을 오랜 기간 할부 형식으로 지급받았다. 통상 부동산 중개인이 받는 수수료인 0.2∼0.9%에 턱없이 못 미치는 가격이었다.

그나마 소송을 거쳐서였다. 2011년 10월의 추가 매매거래에서도 비슷한 일이 반복되자 그는 서울중앙지법에 용역비 청구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조정참가인 M사를 통해 2012년 5월부터 2013년 1월까지 1억6000만원을 나눠 받으라는 조정을 내렸다. M사는 넥슨의 신사옥 부지 탐색 의사를 A씨에게 전한 부동산 컨설팅 회사다. A씨는 계속 법적 다툼을 이어가고 싶었지만 비싼 소송비용에 포기했다고 밝혔다.

황인호 이경원 양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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