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과자 최대 40% 삭감”… 은행 ‘성과연봉제’ 노사 충돌

입력 2016-07-20 00:50

금융공기업에 이어 시중은행까지 성과연봉제 도입이 가시화되면서 금융권 노사 간 갈등도 커지고 있다. 은행 경영진을 대변하는 은행연합회가 성과에 따라 연봉 차등지급 폭을 늘리는 내용의 가이드라인을 이번 주 공개하기로 한 가운데 금융노조는 총파업을 예고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금융노조는 19일 국책은행과 시중은행 등 35개 은행 지부 조합원을 대상으로 총파업 찬반투표를 진행한 결과 95.7%의 압도적인 찬성률로 가결됐다고 밝혔다. 투표에는 전체 조합원(9만5168명) 중 87%(8만2633명)가 참여했다. 금융노조는 성과연봉제에 반대하는 조합원들의 의사를 확인한 만큼 9월 총파업 등 강력 대응에 나설 계획이다. 또 20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총파업 1차 결의대회를 진행키로 했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임금 문제는 노사 간 교섭으로 풀어야 하는데 사용자 측은 성과에 따라 연봉 격차를 늘리겠다는 기본 방침을 고수하면서 성과연봉제를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며 “이는 저성과자 해고와 연결되기 때문에 성과연봉제가 철회되지 않을 경우 교섭이 진행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사용자 측도 강경하다. 성과연봉제 관련 외부용역을 마무리한 은행연합회는 시중은행 경영진의 의견을 수렴해 이번 주 중 가이드라인을 발표할 예정이다. 같은 직급 간 연봉 격차를 성과에 따라 20∼30%(일반직원 20%, 관리자급 30%)로 확대하고 단계적으로 최대 40%까지 격차를 늘려가겠다는 게 골자다. 집단평가 위주였던 평가방식을 개인평가로 전환하는 방안도 포함될 예정이다. 이 가이드라인은 앞서 성과연봉제를 도입한 산업·수출입·기업은행 이외 14개 시중·지방은행에서 성과연봉제를 확대 적용하는 기준이 될 전망이다. 다만 노조와 합의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실제 도입까지 진통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성과연봉제 도입을 놓고 몰아붙이기식 압박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내부에서는 성과연봉제가 도입되면 개인 성과에 집착해 직원 간 협업은 물건너가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많다”며 “구체적인 설득도 없이 연봉이 40%나 차이 나는 가이드라인을 적용한다면 쉽게 납득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노사가 임금체계 개편에 공감대를 먼저 형성하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성과연봉제가 임금체계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오는 만큼 노사 관계의 신뢰 회복이 법적 분쟁보다 우선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임금체계 개편은 노사가 모두 도입 취지를 수용할 수 있는 자발성이 중요한데 지금과 같은 몰아붙이기식 도입으로는 제도를 안착시킬 수 없다”며 “사용자 측은 합리적인 대안을 갖고 노조를 설득해야 하고, 노조도 자신의 이익을 지키겠다는 수동적 이미지에서 벗어나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방식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