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백 없이 활동을 이어가며 작품 안에서 매번 새롭게 변신하는 배우. 극장가에 이처럼 ‘열일’하는 배우들의 활약이 두드러지고 있다. 배우가 꾸준히 작품에 출연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이미지 소비 위험을 감수한 열정과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할 수 있는 연기력을 겸비해야 가능하다. 지치지 않고 관객 앞에 서는 용기는 작품 선택에 소극적이면서 광고 등 수익 활동에만 적극적인 일부 스타들에게 귀감이 될 만하다.
‘도둑들’(2012) 이후 제2의 전성기를 맞은 이정재(44)는 해마다 한 작품 이상씩 선보이고 있다. 장르나 캐릭터가 겹치는 법도 없다. 느와르 ‘신세계’(2013)에서 조직에 숨어 들어간 경찰, 사극 ‘관상’(2013)에서 수양대군, 액션물 ‘빅매치’(2014)에서 파이터 역을 맡았다.
친일파를 연기한 ‘암살’(2015)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 이정재는 한중합작영화 ‘역전의 날’에 합류했다. 이 작품을 계기로 중국 활동에도 적극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국내 활동도 멈추지 않는다. 오는 27일 개봉하는 ‘인천상륙작전’에서 해군 첩보부대 대위로 변신했다. 현재는 차기작 ‘신과 함께’ 촬영에 한창이다. 그 다음 작품 ‘대립군’ 출연도 확정했다.
공유(본명 공지철·37)는 올해 부쩍 바빠졌다. ‘남과 여’(2016) 이후 5개월 만에 ‘부산행’으로 돌아왔다. 오는 9월에는 김지운 감독, 송강호와 함께한 ‘밀정’을 선보인다. 공교롭게 몰려버린 개봉 스케줄을 모두 소화한 뒤에도 쉴 틈이 없다. 김은숙 작가의 tvN 드라마 ‘도깨비’ 촬영에 바로 들어가야 한다. 공유는 “작품을 연달아 하면서 몸이 지치거나 부대낄 때도 있다”며 “하지만 그 안에서 재미와 깨달음을 얻기 때문에 분명히 또 손이 갈 것 같다”고 했다.
쉼 없이 활동하기로는 하정우(본명 김성훈·38)도 빠지지 않는다. ‘암살’과 ‘아가씨’ 연속 흥행에 이어 이번에는 ‘터널’이다. 다음 달 10일 개봉을 앞둔 ‘터널’에서 그는 원맨쇼 열연을 펼칠 예정이다. 하정우에게 차기작 2∼3편이 예약돼 있는 건 보통이다. ‘신과 함께’ 촬영을 마친 뒤 ‘앙드레김’이 대기 중이다. 앙드레김 이후 찍을 작품도 이미 논의되고 있다.
tvN ‘시그널’ 이후 데뷔 이래 최고 인기를 누리고 있는 조진웅(본명 조원준·40)의 행보도 이에 못지않다. ‘암살’과 ‘아가씨’에 이어 ‘사냥’을 선보인 그는 벌써 차기작 ‘보안관’ 촬영장으로 향했다. 현재 tvN 드라마 ‘안투라지’를 찍고 있기도 하다. “다작(多作)이 팔자”라는 그는 배우로 사는 게 고되다가도 촬영장에만 가면 힘이 난다고 했다.
이들 외에도 황정민, 이병헌, 정우성, 강동원 등이 소처럼 일하기로 유명하다. 황정민·정우성은 하반기 개봉하는 ‘아수라’에서 호흡을 맞췄고, 이병헌·강동원은 ‘마스터’ 촬영 중이다. 각자 개봉을 기다리는 또 다른 작품들도 있다.
일각에서는 남자 배우들에게만 작품이 몰리는 불균형을 우려하기도 한다. 여배우 중심의 시나리오가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혜수, 전도연, 손예진, 한효주 등을 제외하고 여배우가 타이틀롤을 맡는 경우가 드문 게 현실이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이정재·공유·하정우·조진웅… ‘열일’하는 오빠들
입력 2016-07-20 19:07 수정 2016-07-20 22: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