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센 회계사회장 돌직구에 당국 속앓이

입력 2016-07-20 00:15
최중경 한국공인회계사회장
“회계법인 대표들은 지금껏 소속 회계사들을 총알받이처럼 내세우며 처벌을 피해 왔다. 대표 처벌은 권한에 맞는 책임을 위해 필요하다.”(금융 당국 관계자)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하다는 법리에 비춰서라도 대표 처벌 법안은 조정할 필요가 있다.”(최중경 한국공인회계사회장)

위기의 회계업계에 구원투수 격으로 등판한 최중경(사진)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이 최저 감사보수 설정 등 업계 이익 대변에 힘을 쏟고 있다. 회계법인 대표 처벌법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뜻을 밝히는 등 연이어 ‘돌직구’를 날리고 있다. 지식경제부 장관을 지낸 최 회장은 공직 시절 강력한 고환율 정책으로 최틀러(최중경+히틀러)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하지만 금융 당국에선 최 회장이 내건 정책 등에 대부분 난색을 표시하고 있다.

앞서 5조4000억원대 규모의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해 딜로이트안진 회계법인의 부실감사 책임론이 불거지며 회계업계 신뢰는 땅에 떨어진 상황이다. 최 회장은 지난달 22일 최저 감사보수를 설정하겠다는 공약 등을 내걸고 회계사회 회장에 당선됐다. 회계법인끼리 경쟁해서 기업 일감을 따내다보니 보수가 계속 떨어지고, 감사 품질 저하로 이어진다는 게 공약의 핵심 근거다. 하지만 금융 당국 관계자는 “변호사협회가 변호사 수임료 최저한도를 정하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최저 보수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협회에서 최저보수를 설정하고, 이하로는 받지 말자는 식이면 사업자단체 금지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협회 규정이 아닌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외감법)을 개정하는 방안도 가능하다. 하지만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기업별로 시가총액, 업무형태, 금융채권 보유 규모 등이 제각각이라 일률적인 최저보수는 이론적으로만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최 회장은 “기업들이 낼 세금을 결정하는 게 결국 회계 업무”라며 “공공성이 있는 분야이기 때문에 최저 보수 설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반박했다. 그는 상장회사 협의회와 회계사회 등이 참여하는 공청회 등을 열며 관련 연구를 이어갈 계획이다.

최 회장은 부실감사 발생 시 회계법인의 대표를 처벌하는 내용의 외감법 개정안 조항도 재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잘못한 회계사를 엄중 처벌해야 한다는 의견에는 동의한다”면서도 “회계법인의 대표라는 이유만으로 처벌받을 소지가 있어 재조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반면 금융 당국 관계자는 “명백한 부주의가 있는 경우에만 제재할 수 있기 때문에 과잉 처벌 소지가 전혀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