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전기차 충전소 안전 기준이 분명찮다

입력 2016-07-20 04:00

정부가 한국 경제의 새로운 수출 산업으로 지목한 전기차 육성을 위해 전기차 충전소 확산 방안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그런데 빠르게 늘어나는 전기차 충전기를 누가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은 모호하다. 일부 충전기는 전기 안전 검사 대상에도 들어가지 않아 전기 안전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다.

충전기 안전, 누가 관리하나

19일 환경부에 따르면 국내 설치된 전기차 충전기는 총 1248기로, 이 중 정부가 설치한 급속충전기는 337기다. 나머지 911기는 민간사업자가 설치·관리하고 있다.

정부는 전기차 이용의 필수 조건인 충전소를 이른 시간 내 늘리기 위해 민간사업자의 충전소 설치 규제를 대폭 완화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최근 제정·고시한 ‘융복합 및 패키지형 자동차 충전소 시설 기준에 관한 특례기준’이 대표적 예다. 이 특례는 기존 가스충전소 내에 다른 충전시설을 설치하려면 약 20m 간격을 두도록 한 것을 6m 내외로 대폭 줄였다. 환경부는 사용자가 줄어든 공중전화부스를 전기차 충전소로 바꾸는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 고용량 전기가 흐르는 전기차 충전기를 일단 설치하고 나면 이후 충전기 운영 과정에서의 안전 문제를 점검할 주체나 관련 기준이 없다. 환경부 관계자는 “별도의 관리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니다. 환경부가 설치한 충전소는 자동차환경협회가, 민간사업자가 설치한 충전소는 그 사업자가 관리 책임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용량이 75㎾ 이상인 전기 설비는 산업부 산하 전기안전공사가 안전관리를 담당하지만, 대부분 충전소는 이 용량에 못 미친다. 급속충전기 용량은 통상 시간당 50㎾이며 민간 사업자가 설치하는 완속충전기는 7∼7.7㎾에 불과하다. 그나마 기존에 전력이 들어오지 않던 장소에 독립적으로 만들어지는 충전소의 경우 전기안전공사가 설치 전 안전검사를 하지만, 전기설비가 있는 장소에 충전기 하나만 추가될 경우에는 설치 전 검사 대상도 아니다. 전기안전공사 관계자는 “전기 안전관리 기준이 전기사업법상 기준을 따르고 있어 공급자 중심이다. 이렇다보니 전기차 충전소 등과 같이 새로운 형태의 안전 규제가 필요해져도 빠르게 대응이 안 된다”고 말했다.

드론 배터리 등도 사각지대

그런가 하면 충전형 배터리에 대한 안전 기준도 미비하다. 전기차 배터리는 그나마 자동차관리법의 규제를 받지만 일반인이 다양한 목적으로 사용하는 드론의 경우 배터리 등에 대한 안전 기준이 사실상 없는 상태다. 드론과 같은 이동형 제품의 배터리는 국가기술표준원의 안전 인증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무인항공기인 드론은 원칙적으로 항공법 적용 대상이지만, 12㎏ 미만·일반인 사용 드론은 그마저도 예외다. 크고 작은 배터리·모터 폭발사고가 빈발하고 있지만 여전히 사각지대에 있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신산업을 육성하는 것은 좋지만, 업계 입장에서도 무조건 규제 완화를 하다가 나중에 사고 나면 규제를 갑자기 키울지 모른다는 부담이 있다”면서 “지금부터 안전 문제 등에 대해 명확한 대비가 있어야 적극적으로 사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