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위의 호텔로 불리며 인기를 끌었던 ‘슈퍼 점보기’의 저공비행이 길어지고 있다. A380, B747 같은 400석 이상 항공기에 대한 주문이 뜸해지면서 양대 항공기 제작사가 초대형 항공기 수요를 낮춰 잡고 있다. 반면 저비용 항공사(LCC)와의 경쟁 심화 등 급변하는 항공 시장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중형 항공기 수요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유럽 항공기 제작사인 에어버스는 2018년부터 초대형 항공기 A380의 연간 생산량을 12대로 줄이기로 했다고 지난 13일 발표했다. 지난해 27대를 생산한 것과 비교하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숫자다.
최대 868명까지 태울 수 있는 A380은 2007년 4월 싱가포르항공에 처음 인도될 때만 해도 향후 20년간 1200대가 팔릴 것으로 예측됐다. 하지만 첫 인도 후 10년이 다 돼가는 지금까지 주문 대수는 319대이고 이 가운데 193대만 인도됐을 뿐이다. 향후 수요가 급증하지 않는 한 처음 판매 목표에 크게 미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보잉이 생산하는 초대형 항공기 B747 역시 부진을 겪고 있긴 마찬가지다. 1966년 첫 등장한 B747 시리즈의 최신 모델인 B747-8을 생산하고 있는 보잉은 지난 1월 추가 감산 계획을 발표했다. 보잉은 1.3대이던 월 생산 대수를 3월부터 1대로 줄이기로 한 데 이어 오는 9월부터는 다시 0.5대로 줄인다고 발표했다.
양대 항공사의 초대형 항공기 생산이 이처럼 내리막길을 걷는 것은 경기 침체로 항공사 투자가 줄어든 이유도 있지만 글로벌 항공 시장이 변화를 거듭하기 때문이다. 지역마다 LCC가 급성장하며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항공사들은 비용 대비 수익성이 좋은 항공기를 갈수록 선호하고 있다. 국내 항공사 관계자는 19일 “A380 같은 초대형 항공기는 주로 중장거리 노선에 투입되는데 성수기는 괜찮지만 비수기에 탑승률을 끌어올리기 쉽지 않다”고 밝혔다.
유럽이나 아시아 지역을 연결하는 중동 지역 항공사의 경우 중장거리 환승 수요 등이 많아 초대형 항공기가 유리한 환경이지만 나머지 지역은 수요 변화에 보다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중형기가 유리하다. 실제 A380은 에미레이트항공이 81대를 운용 중인 것을 비롯해 카타르항공(6대), 에티하드항공(8대) 등 중동 항공사들이 주요 고객이다. 또 A380, B747 바로 아래급인 A350, B787 등 중대형 항공기가 수요를 흡수한 것도 초대형 항공기 주문이 줄어드는 원인이 되고 있다.
이에 비해 통로가 하나인 협동체기(Single aisle·100∼150석)의 인기는 높아지고 있다. 중단거리 노선 중심인 LCC의 성장 등으로 B737, A320·321 새 모델에 주문이 집중되고 있다. 실제 보잉이 매년 내놓는 항공기 수요 예측(향후 20년)을 보면 협동체기의 수요는 2014년 2만5680대에서 올해는 2만8140대로 9.6% 증가했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
[기획] ‘하늘 위 호텔’ 슈퍼 점보기 인기 ‘뚝’
입력 2016-07-20 0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