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56·사진) CJ그룹 회장이 횡령·배임·조세포탈 혐의로 대법원에서 진행 중이던 재상고심을 포기했다. 재판을 받을 수 없을 정도로 건강이 악화된 데다 앞으로 8·15특별사면 외에는 탈출구를 찾기 어렵다는 고민이 깔려 있다.
CJ그룹은 19일 이 회장이 대법원에 상고취하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따로 대법원에 재상고를 하지 않은 터라 징역 2년6개월에 벌금 252억원을 선고한 파기환송심은 그대로 확정됐다. 2013년 5월부터 3년 넘게 진행된 이 회장 수사와 재판은 마무리됐다.
CJ그룹은 입장자료를 통해 “이 회장의 병세가 급속히 악화돼 신체적·정신적으로 더 이상 재판을 진행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CJ그룹에 따르면 이 회장은 유전병인 샤르코 마리 투스(CMT)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양쪽 다리와 팔 근육이 위축·소실되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젓가락질이나 단추 잠그기가 불가능할 정도로 손가락에 변형이 일어났고, 양쪽 종아리 근육이 빠지면서 부축 없이는 혼자 걸을 수 없는 상태라고 한다. CJ그룹은 재상고심을 포기하며 지난번 구속집행정지 신청 당시 촬영한 이 회장의 손과 다리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 회장 측은 8·15특별사면을 기대하고 있다. 재상고심을 포기한 이유도 형을 확정 받아야만 특별사면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CJ그룹 관계자는 “수감될 경우 치명적인 위험에 처할 수 있다”며 “재벌 총수가 아닌 한 인간으로서 생명권·치료권을 보장받을 수 있길 희망한다”고 했다. 대법원이 재상고심에서 또다시 판결을 파기할 가능성이 극히 낮은 상황에서 특별사면에 마지막 기대를 거는 셈이다.
앞서 이 회장은 탈세·횡령·배임 혐의로 2013년 7월 구속 기소됐다. 하지만 만성신부전증으로 그해 8월 신장이식 수술을 받기 위해 구속집행정지를 신청한 뒤 여러 차례 기간을 연장하며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이어왔다. 서울대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아온 이 회장은 2년6개월의 형량 중 107일간 수감생활을 했다.
이 회장은 이날 재항고 포기와 함께 ‘수감생활을 하기 어렵다’며 검찰에 형집행정지 신청을 냈다. ‘형의 집행으로 현저히 건강을 해하거나 생명을 보전할 수 없을 염려가 있는 때’ 등에 한해 검찰은 형의 집행을 정지할 수 있다. 집행정지 사유가 사라지면 재수감된다. 서울중앙지검은 검사를 병원에 파견해 병세를 확인한 뒤 심의위원회를 열어 3일 내 집행정지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
이재현 CJ 회장, 8·15 특사 기대 재상고 포기
입력 2016-07-19 18:12 수정 2016-07-19 2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