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 CJ 회장, 8·15 특사 기대 재상고 포기

입력 2016-07-19 18:12 수정 2016-07-19 21:30
유전병인 샤르코 마리 투스(CMT)가 진행된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손발 사진. 엄지와 검지 사이 근육이 빠져 젓가락 사용이 힘들고, 발등이 솟고 발가락이 굽어 자력보행이 어렵다고 한다. CJ그룹 제공
이재현(56·사진) CJ그룹 회장이 횡령·배임·조세포탈 혐의로 대법원에서 진행 중이던 재상고심을 포기했다. 재판을 받을 수 없을 정도로 건강이 악화된 데다 앞으로 8·15특별사면 외에는 탈출구를 찾기 어렵다는 고민이 깔려 있다.

CJ그룹은 19일 이 회장이 대법원에 상고취하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따로 대법원에 재상고를 하지 않은 터라 징역 2년6개월에 벌금 252억원을 선고한 파기환송심은 그대로 확정됐다. 2013년 5월부터 3년 넘게 진행된 이 회장 수사와 재판은 마무리됐다.

CJ그룹은 입장자료를 통해 “이 회장의 병세가 급속히 악화돼 신체적·정신적으로 더 이상 재판을 진행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CJ그룹에 따르면 이 회장은 유전병인 샤르코 마리 투스(CMT)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양쪽 다리와 팔 근육이 위축·소실되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젓가락질이나 단추 잠그기가 불가능할 정도로 손가락에 변형이 일어났고, 양쪽 종아리 근육이 빠지면서 부축 없이는 혼자 걸을 수 없는 상태라고 한다. CJ그룹은 재상고심을 포기하며 지난번 구속집행정지 신청 당시 촬영한 이 회장의 손과 다리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 회장 측은 8·15특별사면을 기대하고 있다. 재상고심을 포기한 이유도 형을 확정 받아야만 특별사면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CJ그룹 관계자는 “수감될 경우 치명적인 위험에 처할 수 있다”며 “재벌 총수가 아닌 한 인간으로서 생명권·치료권을 보장받을 수 있길 희망한다”고 했다. 대법원이 재상고심에서 또다시 판결을 파기할 가능성이 극히 낮은 상황에서 특별사면에 마지막 기대를 거는 셈이다.

앞서 이 회장은 탈세·횡령·배임 혐의로 2013년 7월 구속 기소됐다. 하지만 만성신부전증으로 그해 8월 신장이식 수술을 받기 위해 구속집행정지를 신청한 뒤 여러 차례 기간을 연장하며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이어왔다. 서울대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아온 이 회장은 2년6개월의 형량 중 107일간 수감생활을 했다.

이 회장은 이날 재항고 포기와 함께 ‘수감생활을 하기 어렵다’며 검찰에 형집행정지 신청을 냈다. ‘형의 집행으로 현저히 건강을 해하거나 생명을 보전할 수 없을 염려가 있는 때’ 등에 한해 검찰은 형의 집행을 정지할 수 있다. 집행정지 사유가 사라지면 재수감된다. 서울중앙지검은 검사를 병원에 파견해 병세를 확인한 뒤 심의위원회를 열어 3일 내 집행정지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