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미국 CNN방송과 쿠데타 이후 첫 인터뷰를 갖고 배후로 지목한 재미 이슬람학자 펫훌라흐 귈렌의 송환 및 사형제 부활 의지를 강조했다. 그는 “쿠데타는 명백한 반역죄”라며 “며칠 내 미국 정부에 귈렌의 송환을 서면으로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인터뷰에서 “미국이 테러리스트를 데리고 있어선 안 된다”며 “범죄인 인도 협정에 따라 행동해야 한다”고 적법하지 않은 송환을 거부한 미국의 발언을 겨냥했다. 그는 이어 “정부가 국민의 요구를 거부해선 안 된다”며 사형제 부활의 근거로 국민여론을 내세웠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지난 16일 쿠데타 당시 상황을 묘사하면서 “쿠데타군이 휴가를 보내던 남서부 휴양지를 급습해 경호원 2명을 사살했다”며 “나 역시 10분만 늦게 대피했다면 목숨을 잃거나 체포됐을 것”이라고 했다. 쿠데타의 배후로 지목된 온건 이슬람주의자 귈렌은 에르도안 대통령과 정치적 동지로 활약하다 사이가 틀어진 뒤 1999년 미국으로 망명했다. 그는 미국에서 봉사를 강조하는 평화적 이슬람운동 ‘히즈메트’를 전파하고 있다. 귈렌은 에르도안 대통령의 쿠데타 자작극 의혹을 제기했다.
터키 정부는 쿠데타를 지휘한 군 장성 등 26명에 대한 재판을 수도 앙카라에서 시작했다. 주모자로 알려진 외즈튀르크 전 사령관은 체포 당시 폭행을 당해 얼굴에 멍이 들고 귀에 붕대를 감은 상태로 법정에 들어섰다. 그는 “누가 쿠데타를 지휘했는지 모른다”며 혐의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터키 정국에 긴박감이 감돌면서 유럽 각국에 사는 터키인도 동요하고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 지지자와 귈렌 지지자 사이에 긴장이 고조되면서 지난 주말 독일 오스트리아 네덜란드 벨기에에서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영국 언론 가디언에 따르면 독일 겔젠키르헨에서는 에르도안 대통령 지지자 150여명이 ‘히즈메트’ 청소년센터의 창문을 깼고, 벨기에 베링겐의 귈렌 운동 지부 회원이 모이는 건물은 욕설을 담은 낙서로 뒤덮였다. SNS에는 귈렌 지지자가 파는 물건을 사지 말라는 불매운동도 벌어졌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
“10분 늦게 대피했으면 쿠데타군에 살해됐을 것”
입력 2016-07-20 0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