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서청원(사진) 의원이 19일 당대표 경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장고를 거듭하는 와중에 터진 친박(친박근혜) 실세들의 공천 개입 녹취록 파문 탓에 등 떠밀려 물러나는 모양새가 됐다. 친박계는 최경환 의원에 이어 서 의원의 출마까지 무산되자 대안 찾기에 부심하고 있다. 비박(비박근혜) 후보 단일화의 파급력은 더 커질 전망이다.
서 의원은 입장자료를 통해 “주변의 권유로 (경선 출마를) 고민한 것은 사실”이라며 “지금은 제가 나서기보다 후배들에게 기회를 줘야 할 때”라고 밝혔다. 이어 “더 이상 대표 경선 과정에서 제가 거론되지 않기를 바란다”며 “당내 최다선으로서 새로운 대표와 지도부에 병풍이 돼드리겠다”고 했다.
서 의원은 지난 4일 친박 일부 의원들이 ‘서청원 추대론’을 제안했을 때만 해도 펄쩍 뛰며 고사했었다. 이미 당대표를 두 번이나 지낸 당의 어른인 데다 2년 전 7·14전당대회 때 김무성 전 대표에 패해 출마 자체가 정치적으로 큰 부담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변 인사들의 거듭된 요청에 출마 쪽으로 마음이 기울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유야 어찌됐든 서 의원이 당권 레이스에 뛰어들지 않으면서 계파 간 정면충돌은 피하게 됐다. 비박계 주자인 정병국 의원은 “서 의원의 당대표 출마 포기가 계파 해체와 당 화합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서 의원 변수가 사라지면서 당권 경쟁구도도 윤곽이 잡히고 있다. 일단 비박이 유리해졌다는 평가가 많다. 정 의원과 주호영 김용태 의원은 후보 등록 전 단일화하기로 이미 뜻을 모았다고 한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남경필 경기도지사, 원희룡 제주도지사 등 여권의 차기 대선 주자들도 외곽에서 비박 당대표를 만드는 데 힘을 보태고 있다. ‘서 의원이 나설 경우’라는 조건을 달아 출마 가능성을 열어뒀던 나경원 의원은 이날 “당에 도움이 되는 쪽으로 생각하려고 한다”고 했다. 당내에선 불출마 가능성을 더 높게 보고 있다. 범친박 후보들은 완주 의사를 강하게 밝히고 있어 이대로라면 이주영 한선교 이정현 의원과 비박 단일후보 간 4파전이 될 가능성이 높다. 후보를 2∼3명으로 압축하기 위한 컷오프를 실시할지 여부는 오는 21일 혁신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결정할 예정이다.
일각에선 ‘서청원’이라는 공적이 없어지면서 비박 단일화가 오히려 차질을 빚을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한 의원은 “비박계의 당선 가능성이 높아질수록 후보들의 생각도 복잡해질 것”이라고 했다.
친박계는 당분간 상황을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김태흠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급할 것 없다”며 “여론 추이도 보고 정 안 되면 차선이나 차차선을 고르면 된다”고 했다. 이미 출사표를 던진 범친박 후보 중 될 만한 사람을 지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서 의원의 결단 후로 거취 결정을 미뤄뒀던 홍문종 의원은 “지지자들과 상의해 당대표 경선 출마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
서청원 출마 무산… ‘친박 3인·비박 단일후보’ 4파전 유력
입력 2016-07-19 18: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