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금 조성과 로비 의혹을 받아왔던 강현구(56) 롯데홈쇼핑 사장이 구속 위기에서 벗어났다. 강 사장은 검찰이 롯데그룹 비자금 조성 의혹과 관련해 계열사 사장 중 처음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던 인물이다. 강 사장의 신병을 확보한 뒤 비자금 조성과 로비 의혹을 집중 추궁하려던 검찰 전략에도 차질이 생길 전망이다. 국가를 상대로 270억원대 소송사기를 벌인 혐의를 받고 있는 기준(70) 전 롯데물산 사장도 검찰에 출석하며 “왜 사기라고 생각하느냐”고 관련 혐의를 부인했다.
서울중앙지법 성창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9일 강 사장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뒤 “현재까지의 수사 진행 경과와 주요 범죄 혐의에 대한 소명의 정도 및 다툼의 여지 등에 비추어 현 단계에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했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부장검사 손영배)는 지난 14일 강 사장에 대해 2015년 롯데홈쇼핑 사업권 재승인 심사 당시 부정한 방법으로 허가를 받아낸 혐의(방송법 위반), 9억원 상당의 회삿돈을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특경법상 횡령) 등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특히 롯데홈쇼핑이 조성한 비자금 일부가 재승인 로비 목적으로 정부 관계자 등에게 사용된 정황을 잡고 자금 흐름을 추적해 왔다. 검찰 관계자는 “롯데홈쇼핑 로비 의혹 수사는 강 사장 신병이 확보되면 본격적으로 착수하려 했는데 차질이 불가피해졌다”며 “혐의 내용을 보완해 구속영장을 재청구할지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강 사장을 비롯해 신동빈(61) 롯데그룹 회장 등 그룹 수뇌부의 개인계좌를 포괄적으로 추적하고 있는 검찰 수사에도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한 기 전 사장은 롯데그룹 계열사인 KP케미칼(현 롯데케미칼)의 소송사기 의혹을 부인했다. 검찰에 따르면 KP케미칼은 2006년 허위 회계자료를 바탕으로 정부에 세금환급 소송을 제기해 법인세·가산세 등 약 270억원을 돌려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기 전 사장은 소송이 한창 진행 중이던 2006∼2007년 대표이사(사장)로 재직했다.
그러나 기 전 사장은 검찰 조사에 앞서 ‘국가 상대 소송사기는 어느 분 생각인가’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왜 사기라고 생각하나. 사실대로 얘기하겠다. 조사결과를 지켜봐 달라”고 답변했다. 롯데케미칼이 화학원료를 수입하는 과정에서 일본 롯데물산에 ‘통행세’를 지급해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오해가 있는 것 같다”고 부인했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
강현구 영장 기각… 롯데 로비의혹 수사 ‘삐끗’
입력 2016-07-20 0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