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봅시다] 경제 난국에 “더 달라”는 노조… 현대차·현대重 노조 연대 동시파업 돌입

입력 2016-07-20 00:36
현대자동차·현대중공업 노동조합이 19일 현대차 울산공장 본관 앞 광장에서 연대파업을 결의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위쪽 사진). 아래 사진은 울산지역 경제·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행복도시 울산 만들기 범시민협의회’가 울산 상공회의소에서 현대차·현대중공업 노조의 파업 철회를 촉구하는 모습. 뉴시스

직원 평균 연봉이 1억원에 가까운 현대자동차와 극심한 수주 가뭄으로 벼랑 끝에 선 현대중공업 노동조합이 19일 동시 파업에 돌입했다. 파업이 노동계 전반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면서 가뜩이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산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철강, 타이어 등 파업에 참여하지 않는 관련 업종까지 연쇄적인 타격이 예상된다.

현대차 노조는 올해 임금협상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하자 이날 1·2조 근무자가 각 2시간 파업에 들어갔다. 22일까지 4일 연속 진행되는 파업이다. 현대차 노조의 파업은 5년 연속이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현대차 직원의 지난해 평균 급여는 9600만원이었다. 업계 최고 수준이다.

과거 사례를 보면 현대차의 경우 하루 4시간 파업하면 자동차 2000여대를 생산하지 못하는 것으로 집계된다. 400억원 이상 생산 차질이 예상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4일간 파업으로 8000여대, 1600억원의 피해를 입을 것으로 추산된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에 진전이 없자 구조조정 대상 부서 인원 일부가 파업에 나섰다. 20일과 22일에도 현대중공업 노조의 파업이 예고돼 있다. 설비지원사업 부문만 파업하는 것이어서 당장 생산 차질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조선소 노조 8곳이 뭉친 조선노동조합연대가 20일 하루 동안 전면 총파업을 실시할 계획이다. 조선노연의 파업만 하더라도 선박이나 해양플랜트 건조에 적지 않은 차질을 초래해 조선업 회생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주요 조선사들의 선박 납기지연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차·조선뿐만 아니라 철강 등 관련 산업도 연쇄적으로 피해를 입을 전망이다. 대표적으로 현대제철은 생산되는 제품 대부분을 현대·기아차에 납품하고 있다. 파업 누적일수가 늘면 누적 재고량이 쌓이고 공장 가동률 감소와 재고 비용 증가 등의 손실을 입게 된다. 게다가 현대제철 노조도 파업에 들어가기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

포스코 역시 파업 여파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포스코 매출 중 현대중공업그룹 비중은 3%, 현대·기아차 비중은 2% 수준이지만 파업에 따른 일시적인 매출 하락이 불가피하다. 아울러 파업이 장기화되면 자동차 부품 및 타이어 등 관련 업계까지 피해를 입게 된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가 이날 개최한 연구세미나에서는 국내 자동차 산업이 경쟁력을 강화하려면 협력적 노사관계 전환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르노의 스페인 공장 사례가 제시됐다. 이 공장은 2009년 경쟁력 저하로 폐쇄 위기에 직면했지만 노조가 임금 동결과 초과근무 수당 양보, 근로시간의 탄력적 운영 등을 내용으로 하는 단체협약을 수용해 생산량을 회복할 수 있었다. 이탈리아 대표기업 피아트도 노사협력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경쟁력을 되찾은 모범 사례다.

김용근 한국자동차산업협회장은 “노사관계 정체로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은 수출이 4년 연속 감소하고, 생산도 정체 내지 감소 국면에 처했다”며 “완성차 업계의 고용도 감소하는 등 위기 조짐이 가시화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