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오♪ 오♪ 오빤 강남 스타일♬” 가수 싸이의 히트곡이 흘러나오자 작업장 분위기가 한껏 달아오른다. 장애인들의 얼굴에 웃음이 번지고, 봉투에 팸플릿을 넣는 손이 빨라진다. 흥에 겨운 몇몇은 잠시 일손을 멈추고 말춤을 추기도 한다. 중증장애인 30명의 일터인 서울 노원구 ‘해맑음보호작업시설’의 오후 일과는 이런 신나는 음악과 함께 시작된다.
장애인 복지는 더 이상 ‘돌봄’에 머물러 있지 않다. 늘 도움을 받는 존재가 아닌,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 장애인 복지의 완성이다. 직업은 장애인들이 사회의 일원으로 홀로 설 수 있는 지팡이 역할을 한다. 해맑음보호작업시설 같은 ‘장애인직업재활시설’이 필요한 이유다.
전국에 500여개 개설돼 있는 장애인직업재활시설은 크게 보호작업장과 근로작업장으로 나뉜다. 보호작업장은 근로 능력이 낮은 중증장애인들이, 근로작업장은 작업 능력은 있으나 사회적 제약으로 취업에 어려운 장애인들이 각각 근무한다. 이곳에서 생산된 물품은 대부분 지방자치단체 등 공공기관으로 납품된다.
이곳 장애인직업재활시설의 가장 큰 목표는 생산성 극대화가 아니다. 장애인들에게 사회 적응력을 키우고 사회와 더불어 사는 방법을 체득하도록 도움을 주기 위한 측면이 강하다. 생산성에 떠밀리지 않다보니 작업장 분위기도 좋다. 한 달에 한 번 생일잔치를 모여서 하고 야유회도 자주 떠난다. 물론 작업 기술을 배우는 것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화장지 제조업체인 ‘그린내’의 기화서 원장은 “처음 들어오는 중증장애인에게 가장 먼저 하는 교육은 매듭 묶기”라며 “이들이 매듭을 묶는 데 짧게는 2주일에서 길게는 한 달가량 걸린다. 매듭 묶기를 배운 이들은 좀 더 복잡한 작업을 배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단순한 매듭 하나가 그들에겐 세상과 자신을 엮어주는 고리가 되는 셈이다.
내 옆에 있는 동료를 누구보다 잘 이해하기에 근무 환경에 대한 만족도도 높다. 구리시장애인근로복지센터에서 7년째 근무 중인 청각장애인 김미화(가명)씨는 “비장애인과 함께 일한 적도 있지만 차별대우를 많이 받았다”며 “이곳에서는 모든 장애인들이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고 가족 같은 분위기에서 일한다”고 자랑했다. 그는 일반 직장보다 급여가 적어도 이직할 생각이 없다고 덧붙였다.
장애인직업재활시설은 매년 꾸준히 늘고 있지만 200만명이 넘는 장애인 수에 비하면 아직도 턱없이 부족하다. 해맑음보호작업시설의 최민량 원장은 지난 12일 “장애인직업재활시설은 장애인에게 일터이자 보호시설이며 직업훈련소”라며 “직업재활시설이 늘어나 더 많은 장애인들이 혜택을 받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사진·글=김지훈 기자 dak@kmib.co.kr
[앵글속 세상] ‘장애인을 위한 일터’ 장애인직업재활시설의 하루
입력 2016-07-19 17:30 수정 2016-07-20 09: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