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상 역전된 코리안 메이저리거 두 거포 ‘이대호·박병호’

입력 2016-07-19 18:23

한국을 대표하는 거포 메이저리거 두 명의 운명이 후반기 들어 완전히 바뀌었다. 이대호(34·시애틀 매리너스)와 박병호(30·미네소타 트윈스) 얘기다. 이대호는 대기만성(大器晩成)형 성장곡선을 그린 반면, 박병호는 마이너리거로 전락해 용두사미(龍頭蛇尾)로 점철됐다.

이대호는 19일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 세이프코필드에서 열린 시카고 화이트삭스와의 홈경기에서 5번 타자 겸 1루수로 선발 출전했다. 0-3으로 뒤진 9회말 마무리투수 데이비드 로버슨(31)을 두들겨 4점을 빼앗고 가까스로 역전한 이 경기에서 이대호는 3타수 무안타로 부진했다.

하지만 올스타 브레이크를 끝내고 후반기 일정을 시작한 지난 16일부터 4경기 연속으로 선발 라인업에 올라 스캇 서비스(49) 감독의 꾸준한 신뢰를 확인했다. 대타나 대수비가 아니면 출전조차 못했던 전반기 초반과 완전히 달라진 분위기다.

이대호는 지난 2월 시애틀에 입단했다. 1년간 400만 달러(46억여원)의 마이너리그 계약이었다. 세이버매트릭스를 맹신하는 제리 디포토(48) 단장은 1루수에 플래툰 시스템을 도입해 이대호와 애덤 린드(33)의 경쟁을 붙였다. 표현만 경쟁일 뿐 이대호가 상대적으로 적은 출전기회에서 한방을 터뜨려 린드로부터 주전을 빼앗아야 하는 치킨게임이었다.

하지만 이대호는 디포토 단장과 서비스 감독의 눈에 띌 만한 기록을 착실하게 만들었다. 이대호는 지금까지 190타수 53안타(12홈런) 37타점 타율 0.279를 쌓았다. 린드는 243타수로 더 많이 출전하고 56안타(14홈런) 39타점 타율 0.227로 부진했다.

이대호의 후반기 연속 선발출전은 린드와 바뀐 입지의 방증이다. 린드의 트레이드설이 불거지면서 이대호의 후반기 전망은 더 밝아졌다. 미국 스포츠채널 ESPN은 “린드가 8월 2일 마감하는 트레이드 시장에 나올 것”이라고 보도했다. 린드는 이날 7번 타자 크리스 아이아네타(33)의 대타로 나와 끝내기 쓰리런 홈런을 때렸지만 꾸준히 쌓은 기록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디포토 단장의 마음을 되돌리기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박병호의 상황은 정반대다. 박병호는 지난해 12월부터 미네소타 구단 동료 팬들의 기대감 속에서 입단했다. 미네소타는 박병호와 4년간 총액 1200만 달러(약 138억6000만원)로 계약했다. 메이저리그의 스몰마켓인 미네소타의 입장에선 과감한 투자였다.

박병호는 개막 첫 달인 4월까지만 해도 6홈런 8타점 타율 0.227로 펄펄 날면서 구단의 환대에 부응했다. 하지만 이후부터 긴 슬럼프가 찾아왔다. 타율은 5월 0.205, 6월 0.145로 갈수록 추락했다. 홈런 수도 늘지 않았다.

미네소타는 지난 2일 박병호를 트리플A 로체스터 레드윙스로 강등했다. 박병호가 메이저리그에서 남긴 성적은 215타수 41안타(12홈런) 24타점 타율 0.191이다. 타율은 30개 구단에서 규정타석을 채운 타자들 중 꼴찌다. 박병호를 주도적으로 영입했던 테리 라이언(63) 단장이 성적 부진을 이유로 경질되면서 후반기 전망은 더 암울해졌다.

박병호는 이날 더햄 불스와의 트리플A 홈경기에서 연장 10회말 우월 솔로홈런을 터뜨렸다. 마이너리그 2호 홈런이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