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그룹 꿈 접었더니… “계약 파기” 2억대 소송 폭탄

입력 2016-07-20 04:00 수정 2016-08-17 18:17
가수를 꿈꾸던 A씨(22·여)는 고등학교 재학 시절 한 기획사의 오디션에 응모했다. 오디션에 합격한 A씨는 2011년 10월 기획사와 ‘전속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서에는 ‘A씨는 2018년까지 회사의 매니지먼트에 따라 자신의 재능·실력을 최대한 발휘해야 한다’ ‘계약 내용을 위반할 경우 회사가 투자한 비용의 2배를 위약벌(징벌적 제재금)로 낸다’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A씨는 법정대리인인 어머니와 함께 이 계약서에 서명했다.

A씨는 계약 직후 5인조 걸그룹 멤버로 데뷔했다. 하지만 대중의 반응은 기대와 달랐다. 정규앨범 2장과 미니앨범 2장을 발표하며 지상파 음악방송에도 출연했지만 큰 인기를 끌지 못했다. 결국 걸그룹은 잠정 활동 중단에 들어갔다. A씨는 ‘가수 활동이 너무 힘들고 지쳐서 쉬고 싶다’는 내용의 편지를 회사 사무실에 남긴 뒤 2013년 2월 미국으로 떠나 현지 대학에 진학했다.

기획사는 A씨를 상대로 거액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기획사는 “A씨가 연락도 없이 일방적으로 잠적해 전속 계약을 파기했다”며 “연습생 시절 훈련비 1500만원과 음반 제작·마케팅비 등으로 투자한 돈의 2배인 2억1300여만원을 달라”고 했다. A씨는 “기획사 측이 대학에 진학한 사실을 알고 있었고, 부모님 등과 언제든지 연락이 가능했음에도 연락하지 않았다”고 맞섰다.

1심 재판부는 A씨가 재판에 응하지 않아 기획사의 무변론 승소로 판결했다. 하지만 A씨가 본격적으로 자기 변론을 시작한 항소심에서 법원은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고법 민사30부(부장판사 강영수)는 B엔터테인먼트가 A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고 19일 밝혔다. 재판부는 “A씨가 미국 소재 대학에 다녔다는 사실만으로 계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선고 이유를 밝혔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