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스코틀랜드 로열트룬 골프클럽에서 끝난 제145회 브리티시오픈(디 오픈)은 시작 전부터 경기 외적인 문제로 논란을 낳았다. 유수의 세계 톱랭커들이 디 오픈을 기점으로 연이어 열리는 프로대회에 나서느라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을 내팽개쳤기 때문이다. 그런데 올림픽 불참을 선언한 톱랭커들이 모두 부진을 면치 못했다. 반면 디 오픈 최종 승자인 ‘아이스맨’ 헨리크 스텐손(40·스웨덴) 등 올림픽 참가를 결정한 선수들은 좋은 성적을 냈다. 그야말로 ‘올림픽의 저주’가 광풍이 불고 비가 흩날리던 로열트룬에 내려진 것이다.
디 오픈에 출전한 세계랭킹 1∼4위 골퍼들은 모두 지카바이러스를 이유로 리우올림픽 불참을 선언했다. 세계랭킹 1위 제이슨 데이(29·호주), 2위 더스틴 존슨(32·미국), 3위 조던 스피스(23·미국), 4위 로리 매킬로이(27·북아일랜드)가 모두 상금도 없는 올림픽보다는 ‘돈벌이’가 되는 디 오픈에 집중했다.
이들은 올림픽 불참을 갖가지 핑계로 정당화해 많은 비난을 받았다. 특히 매킬로이는 노골적인 올림픽 폄하 발언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그는 “난 이기려고 골프를 하지, 다른 사람들이 골프를 더 많이 치도록 독려하기 위해 골프채를 잡은 게 아니다. 올림픽은 내게 전혀 중요하지 않다”고 했다.
스피스도 해괴한 변명을 늘어놓았다. 당초 지카바이러스 때문에 불참하겠다고 해놓고선 논란이 커지자 “특정한 이유를 지목해 불참하기로 한 적이 없다. 건강상의 이유”이라고 말을 바꿨다. 데이도 한 몫 거들었다. 그는 “상금이 없기 때문에 올림픽에 안 간다는 건 억측이다. 우리도 돈은 충분히 있다”고 강변했다.
결국 비난을 받아서일까. 올림픽 불참 톱랭커들은 디 오픈에서 하나같이 부진을 면치 못했다. 데이는 최종합계 1오버파 285타로 공동 22위에 그쳤다. 스피스는 공동 30위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존슨은 ‘기찻길(The Railway)’이란 애칭이 붙은 11번홀에서 트리플 보기로 무너졌고, 매킬로이는 3라운드 16번홀에서 친 3번 우드가 슬라이스를 내자, 화를 참지 못하고 클럽을 두동강 내버리며 감정조절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반면 리우올림픽 출전을 결정한 선수들은 좋은 성적을 냈다. 스탠손은 “올림픽 출전을 고대해왔다. 굉장한 경험이 될 것이고 만약 메달을 딴다면 내 자신은 물론 가족과 조국 스웨덴에도 근사한 일”이라고 했다. 공동 5위에 오른 세르히오 가르시아(36·스페인)도 “선수촌에서 다른 선수들과 어울려 지내고 싶다. 축구와 테니스도 보러 다닐 생각”이라고 했다.
디 오픈에서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지만 돈벌이보다 명예를 선택한 선수들은 많은 찬사를 받았다. 전 세계랭킹 1위였던 마르틴 카이머(32·독일)는 “올림픽이 메이저대회보다 중요하다. 메이저대회는 1년에 네 번이나 열리지만 올림픽은 4년에 한 번 밖에 열리지 않는다. 올림픽 불참은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 세계랭킹 10위 저스틴 로즈(잉글랜드)는 “올림픽 출전은 내 인생 최고의 기회다. 나라를 대표하는 팀의 일원이 된다는 느낌을 체험해보고 싶다”고 말했다.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
올림픽 저주?… 애국심 없는 골퍼 ‘디 오픈’서 울었다
입력 2016-07-19 21:26 수정 2016-07-20 0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