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선거운동이 연중 계속되는 나라다. 중간 선거가 끝나면 대통령 선거, 대선이 끝나면 중간선거 캠페인이 시작된다.”
미국정치 전문가인 앨런 릭터먼 아메리칸대 역사학과 교수의 말이다. 2년마다 하원의원 전부, 상원의원 3분의 1을 교체하는 선거가 있고, 4년마다 대선까지 겹치니 이 말이 결코 과장이 아니다. 그중에서도 대통령 선거는 열기와 영향력 등 여러 측면에서 다른 선거를 압도한다. 길게는 1년6개월에 걸친 대선 일정의 꽃이 각 당의 전당대회다.
공화·민주 양당은 이 행사를 통해 선거에서 제시하려는 정강정책을 채택하고 대통령·부통령 후보를 지명한다. 과거에는 당의 지방 지도자들 간 합종연횡을 통해 대회 당일에 가서야 대통령 후보의 윤곽이 드러났다. 하지만 1968년 이후 주 단위 코커스(당원대회)와 프라이머리(예비선거)를 통해 평당원과 일반 국민들의 참여가 늘면서 전당대회는 사실상 이미 결정된 대통령 후보를 추인하는 ‘축제’의 성격이 짙어졌다. 공화당은 18∼21일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에서, 민주당은 25∼28일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 전당대회를 각각 연다.
개막 이틀째인 공화당 전당대회는 ‘아웃사이더’인 도널드 트럼프 대선 후보만큼이나 ‘기이한’ 전당대회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우선 참석이 ‘필수’였던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와 존 매케인 상원의원 등 전 공화당 대선후보의 모습을 볼 수 없다. 공화당의 원로이자 전 대통령들인 조지 부시 부자도 참석을 거부했다.
심지어 대회 장소인 클리블랜드가 속한 오하이오주의 존 케이식 주지사도 참석하지 않았다. 정치인이 빠진 공백은 배우와 탤런트, 스포츠 스타가 채운다. 미녀 골퍼와 이종격투기 선수, 속옷 모델, 영화배우와 가수 등이 찬조연설자로 나선다. 전당대회가 전무후무한 ‘리얼리티 쇼’가 될 가능성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주간 이코노미스트는 18일 ‘트럼프 서커스의 막이 올랐다’는 제목을 달았다.배병우 논설위원
[한마당-배병우] ‘기이한’ 미 공화당 전당대회
입력 2016-07-19 18: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