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김재익] 노후 공동주택 폭탄 돌리기

입력 2016-07-19 18:30

내가 사는 아파트가 수명은 다해 가는데 재건축할 재원을 마련하지 못할 경우 어떻게 될까? 이 질문은 이 땅에 본격적으로 아파트 단지가 건설된 1960년대 이후 수없이 많은 아파트를 철거 및 재건축한 경험을 감안하면 다소 생소할 수 있다. 그러나 노후 아파트의 재건축과 관련된 문제의 심각성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그동안 공동주택이 노후하면 주로 용적률 상향을 통해 재건축 사업비용을 조달해 왔다. 즉, 개발이익이 충분하므로 집주인, 개발사업자, 지방정부 등의 이해관계가 맞아 별 무리 없이 재건축이나 리모델링이 가능했던 구조이다.

그러나 앞으로의 주택시장 상황은 노후 아파트의 재건축에 그리 호의적이지 못하다. 초기에 지었던 저층 아파트들은 이미 재건축됐고, 중층 이상 고층 아파트들은 용적률이 높아 일대일 재건축이 거론되는 등 용적률 상향을 통한 개발사업비 충당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여기에 개발이익을 뒷받침하던 주택가격 상승 추세도 청년층의 유효수요 감소와 더불어 인구절벽이 예상되는 등 새로운 수요창출이 쉽지 않은 데다 주택보급률도 100%를 상회하여 기대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이제는 공동주택이 낡아도 이를 개량할 재원 마련이 점차 어려워지는 게 사실이다. 아파트마다 장기수선충당금을 적립하고 있으나 이 충당금은 내구소비재의 재구입을 목적으로 한 감가상각충당금이 아니라 수선충당금으로서, 장기수선 계획에 따라 공동주택 주요시설의 교체 및 보수에 사용하도록 용도가 엄격히 제한된다. 더구나 이 충당금을 올리고자 하면 입주자 입장에서는 주택가격에 반영되지 않으면서 관리비만 오른다는 생각에 반대하기 십상이다. 이런 상황에서 재건축 비용을 조달할 목적의 막대한 충당금의 축적이 가능하겠는가.

이러는 사이 노후 아파트는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의 분석에 의하면 재건축이 가능해지는 30년 이상 노후주택의 비중이 2020년이 되면 30% 수준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이 노후 공동주택들은 시장 기능에 의해 자연스럽게 가격이 하락하면서 어느 정도의 충격은 흡수될 것이다. 그러나 공동주택은 단독주택과 달리 적게는 수십 가구, 많게는 수천 가구가 함께 살고 있으며, 같은 날 지어졌고 또 같은 날 허물어야 할 운명을 공유한다.

이러한 특성을 감안할 때 재건축 사업성이 없거나 낮을 때, 상이한 이해관계를 가진 다수의 사람들이 공동 자산을 처리하는 데 뜻을 같이 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이는 결국 갈등과 반목에 의한 심각한 사회적 낭비의 원인이 될 수 있다. 그러면서 시간이 흐를수록 안전은 위협받고, 재건축이나 개량사업, 혹은 처분이 쉽지 않은 곳이 갈수록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책 당국도 이 문제를 인식하고 있는 듯하지만 구체적인 대응 방안은 내놓지 않고 있다. 만약 이 문제가 먼 훗날의 일로, 혹은 내 임기 중만 아니면 된다는 사고방식으로 대응한다면 그야말로 언젠가 반드시 폭발할 폭탄을 돌리는 중이라고 비유할 수 있다. 정책 당국은 이에 대한 대책을 조속히 그리고 구체적으로 수립해야 할 것이다. 공동주택도 사유자산이므로 소유자들이 알아서 결정할 사안이라고 방치하기에는 그 영향을 받는 국민이 너무 많고 문제도 복잡하다. 더구나 노후 공동주택의 문제는 건축물 안전은 물론 주거수준의 문제, 나아가 사회적 갈등 관리의 문제이다. 정부는 집단적 문제가 발생할 경우 심판자 내지 중재자 역할을 해야 한다. 나중의 문제라고 방치하다가는 그 폭탄이 터질 날이 생각보다 빨리 도래할 수도 있다.

김재익(계명대 교수·도시계획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