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손잡고 미래로] 한국의 스티브 잡스 키운다

입력 2016-07-21 20:36 수정 2016-07-22 14:28
포스텍 ICT 명품인재양성사업은 I형 인재가 목표다. I형 인재는 상상, 탐구, 혁신의 총합이다. 포스텍 관계자들이 교내에서 연구개발을 하는 모습. 포스텍 제공
이웅범 LG이노텍 전사장이 2014년 포스텍에서 ‘부품소재 산업이 미래다’를 주제로 특강을 하고 있는 모습. 포스텍 제공
포항창조경제혁신센터 입주와 연계해 건립된 포스텍 C5 연구융합동. C5는 창의, 협력, 육성, 융합, 중심을 의미한다. 포스텍 제공
스븐 잡스가 아이폰을 기획하던 2005년, 대한민국 공대생들은 사법고시나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고 있었던 게 우리의 현실이다.

이런 현실 속에서도 반도체와 인터넷, TV 등 정보통신기술(ICT) 강국으로 선진국의 턱밑까지 추격한 것은 기적에 가깝다. 이제 세상은 달라졌다. 누구를 추격하고 무엇을 쫓아야 하는지 불분명한 현실에 마주치고 있다. 세계 각국과 글로벌 기업들 모두는 이제 이정표 없는 망망대해에 서 있다. 상상력을 가진 새로운 기술, 창조적 융합은 성공의 열쇠가 되고 있다.

경북도의 ‘창의융합형 ICT 인재양성’

경북도는 이런 세계적 트렌드에 빠르게 대응했다. 결국 미래기술도, 미래산업도 사람이 중심이다. 그래서 경북도의 ICT전략은 인재를 양성하는 일에 집중했다.

학생 1인당 연간 1억원 이상의 교육투자를 통해 세계적 창의융합인재를 양성하는 ‘ICT 명품인재양성사업’을 연세대와 함께 2011년에 포스텍에 유치했다.

또 구미산업단지에 혁신적 사고와 창의성을 가진 지역 산업이해도가 높은 ICT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해 ‘ICT 창의융합형 인재양성사업’도 2014년 유치해 2년차에 접어든다.

글로벌 ICT인재와 지역 ICT인재를 동시에 양성하는 사업을 유치한 경북도는 ICT 인재의 중심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ICT 명품인재양성사업’

2011년 시작한 미래부의 ICT 명품인재양성사업은 인재양성의 상식을 뒤엎는다. 10년간 총예산이 1700억원 규모며, 학생 1명당 1년에 1억원 이상의 교육투자가 이뤄진다. 미국 MIT공대의 미디어랩을 모델로 삼고 있다.

전국에서 2곳을 선정하는 ICT 명품인재양성사업은 서울 연세대를 제외하면 지방에는 포항의 포스텍이 유일하다.

ICT 명품인재양성사업은 포스텍의 창의적 연구개발 중추기관인 미래ICT융합연구원(이하 CiTE)에서 수행하며 연간 약 20명의 신입생을 모집한다. 신입생 선발도 파격적이다. 학업성적만이 아닌 융합적이고 혁신적인 가능성과 다중지능의 잠재력을 가진 학생을 뽑는다. 학부의 성적도 중요하지만 잠재력 확인이 더 중요한 까닭에 1박2일에 걸친 개인면접과 집단면접을 통해 선발한다.

교수진의 스펙도 다양하다. 전자·컴퓨터에 물리, 생물, 해양, 교육공학, 이미지 미학, 경제학, 철학 등 한 학부에 모인 교수진이 웬만한 종합대학수준이며 한 공간에 모인 사실만으로도 융합과 혁신이 실현될 정도다.

포스텍 ICT 명품인재양성사업은 I형 인재가 목표다.

I형 인재란 상상(imagination), 탐구(investigation), 혁신(innovation)의 총합이다. 곧 상상력과 창조성을 가진 융합형 인재를 뜻한다. 이를 위해 포스텍 CiTE는 3가지 특징적 교육을 시행한다.

첫째, 인문학과 예술적 상상력을 결합한 교육이다. 2점짜리 과목인 ‘인문융합개론’이 이를 설명해 준다. 철학을 전공한 뒤 가상현실을 연구하는 여명숙 교수, 화학을 전공한 뒤 과학사회학을 전공한 마은정 교수, 매체 미학을 전공한 김진택 교수 등 교수진부터 남다르다.

둘째, 자기 주도적 공학적 모험을 장려한다. CiTE 2012학번 김진석 학생은 삼성전자가 주최하는 ‘제21회 휴먼테크 논문대상’에서 컴퓨터 과학기술 분야 은상을 수상했다.

이 학생은 2년 전 수많은 교수 앞에서 자기가 하고 싶은 프로젝트로 ‘뇌 모방 컴퓨터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뇌와 컴퓨터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면서 도전했다. 다소 황당함에도 불구하고 교수들은 진지하게 듣고 함께 고민하며 용기를 북돋아 줬다. 결국 뇌 모방 컴퓨터 프로젝트는 실현가능한 ‘메모리 코딩방법’ 핵심기술연구로 진화했고 특허출원까지 마쳤다.

셋째는 세계와의 교감이다. 계절학기나 학기 중 글로벌 ICT기술을 선도하는 미국이나 유럽으로 해외 인턴십을 시행한다. 오라클 본사 등 미국 실리콘 벨리와 독일 지멘스 등 글로벌 기업과도 연계한 교육으로 세계와 경쟁할 준비를 갖추고 있다.

이러한 혁신적 교육에 대해 IBM, NASA, 워싱턴대학 등에서는 ‘미래의 교육 트렌드’라고 호평했다. 미국 애리조나 주립대, 워싱턴대는 포스텍 ‘ICT명품인재양성 교육과정’을 벤치마킹하고 있다.

포스텍의 ICT 명품인재양성사업은 삼성전자와 LG 등 대기업의 막대한 지원을 받음에도 대기업 요청연구는 거부했다. 혁신과제연구가 아닌 하청연구로 전략함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성과를 창출할 단계에 접어들고 지역기업들의 기술혁신 요구도 있어 포스텍 ICT 명품인재양성사업은 산학협력의 산실로 거듭날 준비를 하고 있다.

특히 C5 연구융합동이 건립되고 포항창조경제혁신센터의 입주와 연계해 ICT 명품인재양성사업은 지역 산·학·연 핵심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포스텍 ICT 명품인재양성사업의 졸업생들의 지역창업도 서서히 기지개를 펴고 있다.

주목할 점은 서울에서 창업하는 경우가 줄어들고 지역 내에서 창업이 일어나는 점이다. 얼굴인식기술 SW전문회사 ㈜스트라비젼코리아(포항·2014), 자율비행 드론 개발사 ㈜코레스(포항·2015)는 지역창업으로 지역경제에 실질적 도움을 주고 있다.

지역 ICT산업 부흥의 첨병

금오공대와 구미산업단지, 구미전자정보기술원이 말 그대로 산·학·연을 실현하는 인재양성 모델이다.

구미는 첨단 ICT산업을 이끌어가는 대표적인 지역으로 모바일융합기술, 전자의료기기산업, 3D디스플레이 등 기술의 진화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응할 양질의 인재공급이 원활치 않아 경북도는 미래부와 지속적인 협의를 통해 지역산업 리더양성, 지역의 주력산업 기술인 양성을 목표로 본 사업에 선정됐다.

주축기관인 금오공대는 사업 수행을 위해 ICT융합특성화센터(ICT-CRC)를 설립해 구미산단에서 ICT메디컬, 모바일 융합, ICT부품소재 3대 분야에 대한 산업연계 인력을 양성한다.

창조ICT융합 인재양성은 철저히 지역에 초점을 맞춘다. 구미지역 소재 중소기업과 공동 과제수행을 통해 자연스럽게 연간 20여명의 지역ICT전문가를 양성하며 관련기업으로 취업도 연계된다. 결국 지역대학과 기업이 키운 인재가 지역기업으로 흡수되는 셈이다.

포스텍의 ICT명품인재양성사업에 비해 적은 예산이지만 그 성과는 괄목할 만하다.

㈜DAQ시스템에 3000만원의 기술이전료를 받은 시간영역변압시스템 개발부터 무선IP카메라 영상전송(㈜UA종합통신), 선박엔진 인터페이스 모듈설계(㈜오리온테크놀로지, 개발형상툴 설계기법(㈜삼성탈레스) 등 지역기업의 애로기술 해결자로 노력했다.

2014년 문을 연 후 올 6월까지 8건의 기술이전을 통해 약 4억4000만원의 기술이전료를 달성했으며 국내외 200여편, 특허출원 28건, 국제특허등록 4건 등 우수한 성과를 거뒀다.

지역 ICT인재를 키우는 ICT 금오공대 ICT융합특성화연구센터(ICT-CRC)는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IITP)로부터 지원받고 있는 ICT-CRC센터 중에서 최초로 한국연구재단으로부터 병역특례연구기관으로 선정됐다. 참여 학생들이 학업활동의 단절 없이 지속적으로 연구활동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등 ICT 융합형 인재양성사업은 지역과 함께 성장하는 ICT인재의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국가 ICT인재의 요람, 경북

신도청 시대를 맞아 경북도는 ICT의 영역을 북부권으로 확장하고 있다.

그 첫 단추로 안동대, 동양대, 경북도립대 등에 ICT 전문학과 개설을 통해 지역 ICT 인재를 육성하고 기반을 다진다. 안동대와는 미래부의 국책사업인 SW중심대학 선정을 위해 행·재정적인 지원책도 마련했다.

경북도는 얼핏 농업이 중심인 농도로 생각될 수 있지만 ICT 등 과학기술 잠재력과 성과는 놀라울 정도이다. 웨어러블 스마트 디바이스 국가예비타당성 통과로 구미는 스마트 기기 산업을 이끌고 있고 포항은 세계에서 3번째로 건립되는 4세대 양성자가속기를 보유하고 있다.

포항철강산업단지와 구미전자산업단지는 한국경제를 견인해 왔고, 그 잠재력과 신념으로 경북도 ICT 산업은 오늘도 활기차게 전진한다.

안동=김재산 기자 jskimkb@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