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김세원] 쉼, 선물

입력 2016-07-19 18:21

비 갠 하늘에 뭉게구름이 적절히 펼쳐지고 어느새 나왔는지 잠자리도 높이 날고 있는 풍경이 좋다. 초복도 지나고 피서를 위해 휴가지로 숨어드는 때가 왔다. 일상을 떠나 쉼을 얻기 위해 열심히 달려가지만 그 끝에는 오히려 일상보다 더한 피곤함이 남기도 한다.

어떻게 하면 푹 쉬고 잘 쉴 수 있을까? 울리히 슈나벨은 그의 저서 ‘행복의 중심, 휴식’에서 휴식은 빈둥거림이 아니라 심신을 최적의 상태로 유지시켜 주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길어 올리는 밀도 있는 시간이라고 했다. 시간에 쫓겨 자신과의 소통이 힘들어졌기 때문에 온전한 휴식이 필요하며, 가장 깊숙한 내면과 만나 자신을 알고 자신의 부족한 면까지도 사랑할 때 진정한 휴식이 이루어져 행복해질 수 있다고 말한다.

쉼은 세상의 출렁임을 벗어나 조용히 자신과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누며 닳아진 마음을 재정비하고 더 멀리, 더 오래 나아가기 위함이다. 잘 쉬어 주는 것은 스스로에게 아주 좋은 선물을 하는 것이다. 주어진 쉼의 시간을 잘 쓸 줄 몰라 중하지도, 급하지도 않은 핸드폰의 노예가 되어 눈과 뇌를 쉼 없이 굴리다 보면 잡다한 정보가 뒤섞여 나중에는 뭘 봤는지 잘 기억도 나지 않고 쉬어도 쉰 것 같지 않다. 쉼에 대한 허기진 생각에서 벗어나려면 핸드폰을 ‘오프’해야 할 것 같다.

잠을 ‘위대한 중단’이라고 표현한 이도 있지만 잠도 건강한 삶을 누리기 위해 꼭 필요한 쉼이다. 백열전구가 나오기 전에는 하루 평균 9시간을 잤다는 이야기가 있다. 잠을 덜 자야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이 굳어 있지만 잠을 충분히 자는 사람은 수면 부족에 시달리는 사람보다 행복지수가 높다고 한다.

멈추는 것을 두려워하며 앞만 보고 더 빨리 가려는 마음에 모든 약점이 숨어 있다가 결국 삶을 쓰러뜨리는 것은 아닌지. 꼭 멋지고 화려한 탈출이 아닐지라도 제대로 된 쉼을 통해 ‘나’를 깨우고 때로는 느긋하게 더 많은 여백을 누려야 ‘나’를 채울 수 있고 이타심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김세원(에세이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