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모차르트’ 주연 이지훈 “탄탄한 소리 만들기 위해 보컬 트레이닝 받았어요”

입력 2016-07-19 18:36
뮤지컬 ‘모차르트’에 출연 중인 이지훈은 18일 “이번 공연을 앞두고 처음으로 보컬트레이닝을 받는 등 공부를 많이 했다”면서 “앞으로도 어떤 역할을 맡든 관객에게 감동을 주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밝혔다. 서영희 기자

가수 겸 배우 이지훈(37)이 올해 데뷔 20주년을 맞았다. 그는 1996년 발라드곡 ‘왜 하늘은’으로 혜성처럼 등장했다. 가수로 활동을 이어가는 한편 드라마와 영화로도 영역을 넓혔다. 하지만 ‘열두가지 재주에 저녁거리가 없다’는 속담처럼 노래와 연기, 외모 모두 괜찮았지만 폭발적인 매력을 뽐내지는 못했다.

2006년에 ‘알타 보이즈’로 뮤지컬에 데뷔한 지 10년. 이제는 뮤지컬계의 주요 배우 가운데 한 명으로 자리잡았다. 타이틀롤을 맡은 뮤지컬 ‘모차르트’(8월 7일까지 세종문화회관)에서 가창력과 연기력을 인정받고 있다.

18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2010년 국내 초연된 ‘모차르트’는 그동안 김준수, 박은태, 박효신, 임태경 등 쟁쟁한 스타들이 배출된 작품이다. 이들과 비교해 부끄럽지 않은 모습을 보이고 싶었다”면서 “무대에 어울리는 탄탄한 소리를 만들기 위해 처음으로 보컬 트레이닝도 받았다. 공부를 하면 할수록 뮤지컬에 대한 절실함이 더욱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었다. 보이밴드가 콘서트를 하는 형식의 데뷔작 알타 보이즈는 발라드 가수인 그에게 맞지 않아서 오히려 뮤지컬에 대한 흥미를 떨어뜨렸다. 그는 “무대 메카니즘도 모르면서 섣불리 도전했던 게 문제였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이어 “예전에 옥주현이 ‘오빠, 뮤지컬에서 잘 하려면 올인해야 해’라고 말했었는데, 절실함이 없는 안일한 연기는 당연히 티가 났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2008년 ‘햄릿’에 다시 도전해 뮤지컬의 매력을 서서히 깨달은 이후, 매년 1∼2편의 작품에 꾸준히 출연하고 있다. TV 드라마에서 번듯한 꽃미남을 연기하던 것과 달리 뮤지컬에선 배역의 스펙트럼이 매우 넓다. 게다가 그동안 자신없었던 춤도 꽤 몸에 익게 됐다.

그가 뮤지컬 배우로서 결정적인 각성을 한 것은 2011년 이지나가 연출한 ‘에비타’에 참여하면서부터다. 그는 “당시 나는 이지나 선생님이 직접 캐스팅한 것이 아니라 제작사의 제안을 받고 출연했었다. 낙하산이라고 생각해서인지 이 선생님은 나를 호되게 연습시키셨다. 치욕적으로 느껴질 만큼 심한 말씀도 하셨지만 더 열심히 연습하며 버텼다”며 “선생님이 공연 직전 기자시연회에서 나를 가리키며 ‘이 친구는 앞으로 뮤지컬계에서 주목할 만한 배우’라고 소개해주셨다. 정말 뭉클했다”고 밝혔다. 뮤지컬 모차르트를 연출한 고이케 슈이치로도 기자시연회에서 “이지훈은 연기의 세세한 부분까지 고민하기 때문에 아주 설득력 있는 인물을 보여준다”고 칭찬한 바 있다.

그는 모차르트에 이어 9월 2일 개막하는 뮤지컬 ‘킹키부츠’에 파산 위기에 빠진 구두공장을 물려받은 찰리 역으로 출연할 예정이다. 데뷔 20주년을 맞아 팬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담은 앨범도 준비 중이다. 그는 “어떤 역할을 맡든 관객에게 감동을 주는 뮤지컬 배우가 되고 싶다. 내 자신의 한계를 잘 알고 있지만 계속 공부해가며 뛰어넘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