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출판계에도 ‘트럼프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의 회고록 ‘거래의 기술’(살림)이 지난 5월 출간된데 이어 그의 대선 출사표 격인 ‘불구가 된 미국’(이레미디어)이 최근 나왔다. 트럼프가 쓴 책들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두 권이 연이어 번역된 것이다.
‘거래의 기술’이 1987년에 나온 책이고 ‘사업가 트럼프’를 담아냈다면, ‘불구가 된 미국’은 트럼프가 대선에 뛰어든 직후인 지난해 11월 출간된 책으로 ‘정치인 트럼프’를 보여준다. 이 책의 부제 ‘How to Make America Great Again’(어떻게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 것인가)은 트럼프의 선거 슬로건이기도 하다.
‘불구가 된 미국’에서 트럼프는 이민, 외교, 교육, 에너지, 의료보험, 경제, 교육, 총기 소유, 세법 등에 대한 생각을 밝힌다. 그는 강력한 불법이민 대책, 인프라 재건을 위한 대규모 건설사업, 힘의 우위를 바탕으로 한 대외정책 등을 추구한다. 그리고 이 모든 일을 위한 출발점에 강력한 군대를 앞세운다. “외교정책에 대한 나의 접근법은 강력한 토대를 구축하는 것, 즉 힘을 통한 운용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절대적으로 강력한 군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과 관련한 언급도 두 차례 나오는데, 주한미군 주둔에 대한 대가를 제대로 받아야 한다는 인식을 드러낸다. 트럼프는 “한국의 국경에는 2만8500명의 우리의 훌륭한 미군들이 있다. 오직 그들만이 한국을 지켜준다”면서 “그런데 우리는 그 대가로 한국에게서 무엇을 받는가? 이 모든 상황을 바꿀 때가 되었다”고 주장한다. 또 역사상 가장 강력한 군대를 만드는데 필요한 일부 비용을 “한국, 독일, 일본, 영국에 넘겨야 한다”면서 “우리가 그들을 보호하고 있으니 비용을 나누는 것이 마땅하다”고 설명한다.
이 책은 트럼프의 정책들이 뭔가를 알려주면서 동시에 그런 정책들이 어떤 인식과 철학, 논리에서 비롯된 것인지 보여준다. 트럼프는 비즈니스를 하는 것처럼 정치를 하면 된다고 생각하며, 낡은 건물을 사들여 돈 버는 건물로 탈바꿈시키듯 그렇게 미국을 고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의 단골 멘트는 “정치인들은 말만 할 뿐 행동을 하지 않는다”, “나는 내 돈을 쓰기 때문에 옳은 일을 자유롭게 할 수 있다”, “나는 이기는 법을 안다” 등이다.
‘내가 해봐서 아는데’ 식의 화법도 두드러진다. “나는 중국 기업들과 협상을 한 적이 있다. 그래서 그들이 어떤 식으로 사업을 하는지 안다”, “장담컨대 나는 이 바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안다. 지금까지 후원금을 많이 내봤기 때문이다”, “나만큼 우리나라의 과세체계를 잘 아는 정치인은 없다” 등과 같은 문장이 수없이 등장하며, “장담컨대 나는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해 골프장을 이용하는 법을 안다”는 얘기도 나온다.
트럼프는 책 말미에서 “우리는 전 세계에서 고급 호텔과 주택을 짓고 있다”면서 “트럼프 월드 서울은 서울 전역과 인근 도시에 있는 6개의 콘도미니엄 건물들로 구성되어 있다”고 언급한다. 여기서 트럼프가 말한 ‘트럼프 월드 서울’은 ‘대우트럼프월드’로 대우건설이 시공하고 미국 트럼프사에 브랜드 사용료과 자문료를 지불한 것이다. 트럼프는 이 빌딩을 자기 소유의 빌딩 목록에 슬쩍 끼워 넣었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
“나는 이기는 법을 안다”… ‘내가 해봐서 아는데’ 화법 두드러져
입력 2016-07-19 18: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