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손잡고 미래로] ‘새마을운동’의 힘… 발린카깅, 전국 최우수마을로 우뚝

입력 2016-07-21 20:29
경북도 새마을리더 해외봉사단은 필리핀 산펠리페시 발린카깅 마을 주민들과 함께 필리핀에서 새마을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발린카깅 마을 주민들이 그린하우스 농장을 견학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왼쪽 사진). 발린카깅 마을 주민들이 지난해 1월 마을회관에서 새마을사업 설명회를 듣고 있는 모습. 경북도 새마을세계화재단 제공
필리핀 산펠리페시 발린카깅 마을에 걸려있는 보건환경분야 1위 수상 기념 축하현수막 모습. 경북도 새마을세계화재단 제공
경북도가 해외 새마을 시범마을로 운영 중인 필리핀 잠발레스주 산펠리페시 발린카깅 마을은 최우수마을로 알려져 있다. 발린카깅 마을은 잠발레스주 평가에서 1위를 차지했고 광역정부 단위 평가에서도 1위를 차지했다.

필리핀 정부는 매년 전국의 바랑가이(마을)를 대상으로 현지 실사와 평가를 통해 ‘베스트 환경위생 실천마을’을 선발해 시상하고 있다.

발린카깅 마을이 광역정부의 베스트 환경위생 실천마을 분야에서 1위를 차지한 것은 한마디로 경북도가 전파한 새마을운동의 힘이다.

이 마을 주민들은 2012년부터 시작된 경북도 해외 새마을 시범마을사업을 통해 대한민국 새마을운동의 기본 정신인 근면, 자조, 협동을 배우고 이를 실천하는데 주력했다.



발린카깅 보건위생 ‘업그레이드’

마을 안길을 포장해 깨끗한 거리를 조성하고 물탱크를 설치해 수돗물을 공급하고 각 가정에 화장실을 설치해 주민 보건위생을 업그레이드시켰다.

골목마다 일반쓰레기통과 재활용쓰레기통을 함께 설치해 쓰레기를 분리수거하고 담장 아래 크고 작은 돌을 질서 있게 정리해 색칠을 하는 등 새마을운동의 각종 사업을 통해 마을 주거환경 등을 향상시켜 깨끗한 인상을 심어준 게 심사위원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았다.

필리핀 새마을 운동의 전초기지가 된 발린카깅 마을은 잠발레스주에서도 작은 도시에 속하는 산펠리페 시내에서 7.5㎞나 떨어진 빠이테 산 아래 위치한 전형적인 농촌마을이다.

별도의 교통수단이 없는 오지 마을인 발린카깅 마을에서 국도가 연결된 산펠리페 타운으로 나가려면 80페소(약 1938원)의 요금을 주고 트라이시클(오토바이 옆이나 뒤에 보조좌석을 설치한 필리핀 대중교통수단)을 타거나 2시간 이상을 걸어야 한다.

300여 가구 1300여명의 마을주민 대부분은 미국이나 마닐라 등 외지에 있는 지주들의 땅을 임대해 소작하면서 살고 있다. 2012년 경북도의 새마을리더 해외봉사단이 처음 마을을 방문했을 때에 마을 안길은 진흙탕 길이었다. 마을회관은 초라했고 주민들은 현실에 안주하는 삶을 살고 있었다.

시범마을운영 초기에 마을주민들은 외부의 다양한 기관으로부터 받는 지원에 익숙했기 때문에 주민들 스스로 무엇인가를 만들려는 자립의지 보다는 일방적인 도움에만 의존하는 수동적인 경우가 많았다.



필리핀 가나안농군학교 ‘개혁 선구자’

발린카깅 주민들은 새마을리더 해외봉사단과 함께 새마을사업을 전개하면서 새마을조직을 구성하고 의식·문화교육, 주거환경 개선, 소득증대 사업 등을 통해 근면·자조·협동의 새마을 정신을 배우면서 서서히 변화됐다.

지난해 3월에는 마을주민 24명이 필리핀 현지의 가나안농군학교에서 새마을 교육도 이수했다. 교육을 이수한 주민들 중심으로 소득증대 사업을 추진했고 그 가운데 텃밭 가꾸기 사업에 참여했던 에블린(46)과 마리떼스(47)는 마을개혁의 선구자 역할을 자임했다.

이들은 화학비료 대신 지렁이 분변토를 이용한 유기농 퇴비를 만들어 유기농 채소재배를 시작했다. 멀칭 비닐을 사용해 토양의 양분 유실을 방지하고 대나무로 지주를 만들어 오이나 토마토 등 채소가 줄기를 감아 올라갈 수 있도록 유인하는 한편, 강렬한 햇볕을 막기 위한 ‘차양막’(black shed)을 설치했다.

한국에서 가져 온 참외와 수박, 오이 씨앗을 활용했다. 처음 하는 유기농 채소 재배임에도 생산 농산물의 품질이 좋았다. 생산량도 많아 매월 6000∼7000페소(한화 14만5000∼16만9000원·초등학교 교사 평균 월급이 8000페소 정도)의 판매실적을 올렸다.



한국 참외·수박으로 고소득 올려

에블린과 마리떼스는 경북도(새마을 세계화재단)에서 시행하는 ‘2015년 새마을지도자 초청교육 대상자’로 선발돼 경북 안동 국학진흥원에서 진행된 새마을 봉사단원과 현지 주민의 합동 새마을교육에서 텃밭 가꾸기 사업의 성공사례까지 소개했다.

발린카깅 마을 주민들은 에블린과 마리떼스가 집 주변의 텃밭과 돈이 들지 않는 퇴비를 이용해 소득을 올리는 것을 보고 기존의 쌀농사 외에 채소나 다른 고소득 작물 재배에 관심을 갖게 됐다.

에블린과 마리떼스 사례에 자극을 받은 주민들은 경쟁적으로 소득증대사업을 구상하게 됐는데 바로 친환경 퇴비증산을 통한 ‘그린·네트하우스 작목반’ 구성이 한 사례다.

새마을리더봉사단과 마을주민들은 작목반을 구성해 마을 내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농산 부산물을 이용한 친환경 퇴비장 10곳을 신축했다. 열대지방 특성상 건조가 빨리되는 점을 파악, 퇴비장 덮개까지 맞춤형으로 제작하고 이제는 주민 스스로가 퇴비장별로 우수한 퇴비를 생산하기 위해 3∼4일에 한 번씩 물을 뿌리고 20일마다 뒤집기를 하는 등 더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이렇게 생산된 퇴비는 채소재배를 위한 5동의 비닐하우스에 거름으로 사용되게 된다.



그린·네트하우스 채소재배 순항

앞으로 ‘그린·네트하우스’ 채소재배가 순조롭게 진행되면 생산된 농산물을 포장할 시설과 포장지에 붙일 로고와 상표를 개발해야 하고 판매시설도 구축해야 하는 만큼 새마을리더 봉사단은 마을주민들과 머리를 맞대고 수시로 의논하고 있다.

경북도 새마을리더 해외봉사단의 꾸준한 활동과 진실한 마음에 자극을 받은 발린카깅 주민들은 농업이 소득증대에 유용한 사업임을 깨우치게 됐다. 과거의 수동적인 자세에서 벗어나 스스로 사업을 주도해 나가는 적극적인 자세로 변화되고 있다.

산펠리페 시장은 이러한 새마을운동의 성공 사례를 알고 각종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으며, 가는 곳마다 경북도 해외 새마을 시범마을의 우수성을 알리고 있다.

심상박 새마을 세계화재단 사무처장은 “발린카깅 마을 입구에 세워진 새마을 시범마을 입간판은 많은 사람들에게 이 마을에서 생긴 변화와 발전의 중심에 경북도의 새마을운동이 있음을 기억하게 해 줄 것”이라고 말했다.

안동=김재산 기자

jskimkb@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