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공유 “부산행 찍으면서 ‘아버지가 된다는 것’ 고민”

입력 2016-07-19 17:33 수정 2016-07-19 2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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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부산행’의 석우는 유능한 펀드매니저. 그런데 자상한 아빠는 아니다. 남편의 무심함에 이골이 난 아내는 이혼을 요구하고 부산으로 떠나버렸다. 딸 수안도 아빠의 무관심에 지쳐 엄마에게 가겠다고 조른다. 그렇게 오른 부산행 열차. 갑작스러운 좀비들의 습격에 석우는 수안을 구하려고 온몸을 내던진다.

석우를 연기한 배우 공유(본명 공지철·37·사진)는 액션이나 감정 연기를 어떻게 할지에 대한 고민보다 현실적인 걱정부터 들었다. “이걸 과연 어떻게 구현할 것인지가 관건이었죠. 좀비가 웃기게 나오면 이 영화는 끝나는 거잖아요(웃음).” 그럼에도 주저 않고 출연을 결심한 이유는 참신한 기획 때문이었다.

지난 14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공유는 “이번 영화는 캐릭터를 보기 이전에 작품 자체에 대한 관심이 더 컸다”며 “호기심이 많은 편이라 그런지 점점 내게 영감을 던져줄 수 있는 작품에 손이 가더라”고 말했다.

부산행은 국내에서 처음 시도되는 좀비 블록버스터다. 애니메이션계의 거장 연상호 감독이 내놓는 첫 실사영화이기도 하다. 공유에게 확신을 준 건 연 감독의 명민함이었다. “감독님을 처음 뵀을 때 굉장히 자신감에 차 있었어요. 전 너무 자신만만한 사람을 만나면 불안해하는 편인데, 연상호라는 사람은 부담스럽지 않더라고요. 밉지 않고 유쾌했죠.”

촬영에 들어가서는 왠지 모르게 ‘아버지가 된다는 것’에 관한 생각이 많아졌다. “저도 어느덧 30대 후반이 됐으니 결혼이나 육아에 대해 상상해 보게 되잖아요. 부산행 찍으면서는 좀 더 고민이 됐던 것 같아요. 과연 내 자식에게 세상의 어떤 모습을 보여줘야 하나. 아이에게 삶이 마냥 아름답고 행복하다고 얘기할 수 있을까.”

공유는 “저는 원래 결혼에 대한 판타지가 많은 사람이었는데 판타지는 판타지일 뿐이더라”면서 “나이가 들다보니 점점 무서워진다. ‘결혼은 멋모를 때 해야 한다’는 어른들의 말을 이제야 조금 알 것 같다”고 했다.

당분간은 또 일에 매달려야 한다. 올해는 더욱 쉼 없는 행보를 이어간다. 지난 2월 ‘남과 여’를 선보인 공유는 오는 20일 부산행 개봉에 이어 9월 ‘밀정’을 내놓는다. “운 좋게도 좋은 제안들이 들어와서 도저히 놓을 수가 없었어요. 일 복 터졌을 때 열심히 해야죠.”

반가운 소식은 ‘로코 킹’ 공유가 달달한 로맨스 드라마로 돌아온다는 것. 오는 11월 방영 예정인 김은숙 작가 차기작 tvN ‘도깨비’에 출연한다. “결정하기까지 엄청난 고민을 했어요. 드라마는 여전히 두려운 장르라서…. 김 작가님이 잘 만들어주시겠죠? 너무 오글거리지 않게 해주셨으면 하는 바람이에요(웃음).”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