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인 12만3000명, 콜롬비아서 이틀간 ‘광란의 쇼핑’

입력 2016-07-18 18:03
콜롬비아에서 생필품을 산 베네수엘라인들이 17일(현지시간) 시몬볼리바르 다리를 건너 자국으로 돌아오고 있다. AP뉴시스

베네수엘라와 콜롬비아의 국경 마을 산안토니오 델 타키라는 17일(현지시간) 얼굴에 미소가 가득한 베네수엘라인들로 넘쳐났다. 오랜만의 웃음이었다. 콜롬비아를 막 다녀온 그들은 어른과 아이 할 것 없이 머리에 생필품이 가득 든 큰 보따리가 얹혀 있었다. 평소에는 매의 눈으로 밀매를 감시하던 양국의 군인들도 이날만큼은 친절하게 이들의 왕래를 도왔다.

베네수엘라가 콜롬비아와의 국경통제를 1년 만에 해제한 16∼17일 무려 12만3000명의 베네수엘라인이 콜롬비아로 건너가 쇼핑을 하고 귀국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베네수엘라는 유가 하락으로 재정이 바닥나 극심한 생필품난을 겪고 있다. 하지만 베네수엘라 정부는 저렴하게 공급되는 자국 생필품을 밀매꾼이 국경 밖으로 빼돌려 값이 더 올랐다면서 1년 전 2219㎞의 국경 전체를 폐쇄했다. 생필품 수입마저 차단되면서 국민들은 고양이와 비둘기까지 잡아먹는 사태에 이르렀다.

국민들은 국경을 개방하라고 끊임없이 요구했고 정부는 결국 지난 주말 이틀간 한시적으로 국경 2곳을 개방했다. 이에 현지인들이 앞다퉈 콜롬비아로 당일치기 쇼핑을 다녀왔다. 국경에서 10시간 걸리는 지역에서도 전세버스를 대절해 쇼핑 대열에 합류했다. 대부분 식품과 의약품, 의류, 화장품을 샀다. 콜롬비아의 한 상인은 “정말 광적인 쇼핑 행렬이었다”고 말했다. 콜롬비아 경찰은 케이크를 나눠주거나 음악을 연주하며 이웃 국민을 환영했다. 반면 베네수엘라 국영 TV방송은 바가지요금과 콜롬비아인들의 폭력 때문에 일부가 빈손으로 돌아왔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