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결정 근거는 뭔가… “유료방송시장 경쟁 범위는 전국이 아닌 23개 권역”

입력 2016-07-19 00:22 수정 2016-07-19 00:30

공정거래위원회가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M&A)을 금지한 결정적 이유는 독과점에 따른 폐해를 막겠다는 것이다. 두 회사의 M&A는 케이블TV 요금 인상, 알뜰폰 시장 위축 등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신영선 공정거래위원회 사무처장은 18일 ‘SK텔레콤-CJ헬로비전 인수·합병 금지’ 관련 공식 브리핑에서 합병 금지 이유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동통신 1위 사업자와 케이블사업 1위 사업자 간 기업결합으로 경쟁 제한적 우려가 굉장히 컸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공정위는 이날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주식 취득과 SK브로드밴드의 CJ헬로비전 합병을 불허하는 등 두 회사의 기업결합 자체를 금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유료방송시장의 경쟁 범위는

공정위가 M&A를 불허한 근거로 제시한 것이 유료방송서비스의 지리적 경쟁 범위다. 그동안 공정위와 SK텔레콤, CJ헬로비전은 경쟁 범위를 두고 첨예하게 대립했다.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은 유료방송서비스의 범위를 전국 시장이라고 봤다. 서비스 범위를 전국적으로 확대하면 특정 지역의 점유율이 높더라도 문제될 게 없고 M&A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반면 공정위는 방송 권역으로 서비스 범위를 잡았다. 23개 방송권역별로 사업자별 시장점유율과 케이블방송 실제요금이 다르기 때문에 경쟁은 방송권역별로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CJ헬로비전은 전국 78개 권역 중 23개 권역에서 서비스하고 있고 17개 권역에서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공정위는 두 기업이 결합하면 점유율 1위 지역은 21개로 늘어나고 경쟁제한 가능성은 높아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2위 사업자와의 시장점유율 격차가 최대 58.8% 포인트까지 벌어지면서 시장지배력이 강화되고 결국 케이블TV 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게 공정위의 설명이다. 실제 CJ헬로비전은 점유율이 높은 경기도 부천·김포의 디지털TV 가격을 의정부보다 4000원가량 비싸게 책정했다.

공정위는 또 이동통신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이 알뜰폰 1위 사업자인 CJ헬로비전을 인수하면 이동통신 도·소매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봤다. 알뜰폰 사업자 중 가장 많은 가입자를 보유한 CJ헬로비전이 SK텔레콤과 결합하는 순간 이동통신 사업자들을 견제하는 기능도 더 이상 작동하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논란은 계속될 듯

공정위 발표에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은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두 회사 관계자 모두 “M&A 발표 전 상황으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했다. 두 회사의 결합을 반대해 온 KT와 LG유플러스도 공동입장자료를 통해 공정위의 결론에 환영의 뜻을 전달했다. 그러나 업계에선 시장 침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글로벌 미디어 기업들이 ‘국경 없는 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공정위의 결정으로 당분간 합종연횡은 어려울 것이라는 얘기다. 이에 대해 신 처장은 “경쟁제한 정도가 작은 기업결합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고 일축했다.

유료방송서비스의 지리적 경쟁 범위를 두고도 논란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해 방송법 시행령 개정과 국회에 내놓은 ‘통합방송법’에서 전국 점유율 기준으로 방송시장을 규제하는 ‘합산규제' 원칙을 밝혔다. 공정위도 과거 권역제도 개선과 폐지에 찬성했었다.

신 처장은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공정위는 경쟁활성화 측면에서 권역별로 잘게 쪼개서 보지 말고 폐지하거나 광역화하자고 주장했던 것”이라고 했다.

세종=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