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해군일기, 강원도서 UFO 추정 ‘화광’에 놀라고…선조실록, 명나라서 온 흑인병사에 문화적 충격…

입력 2016-07-18 20:53 수정 2016-07-18 21:09
국가기록원이 D-50을 맞은 2016 세계기록총회를 알리기 위해 18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별관 대강당에서 개최한 ‘기특한(기록이 특별한 대한민국) 토크콘서트’에서 총회 홍보대사를 맡은 최원정 아나운서(가운데)가 사회를 보고 있다. 왼쪽은 공동 진행자인 개그맨 이윤석씨.

조선왕조실록 중 하나인 ‘광해군일기’ 1609년 9월 25일자에는 ‘화광(火光)’에 대한 기록이 실려 있다. 8월 25일 강원도 다섯 곳에서 화광이 목격됐는데 간성군에서는 햇무리, 원주목에서는 붉은색 베, 강릉부에서는 큰 호리병, 춘천부에서는 큰 동이, 양양부에서는 세숫대야 모양이라고 보고됐다. 화광은 UFO(미확인 비행물체)로 짐작되는데 이 기록은 한류 열풍을 몰고 온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모티브가 됐다.

행정자치부 국가기록원이 오는 9월 서울에서 열리는 ‘2016 세계기록총회’ D-50일을 맞아 18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별관 대강당에서 ‘기특한(기록이 특별한 대한민국) 토크콘서트’를 개최했다.

홍보대사로 위촉된 아나운서 최원정씨와 개그맨 이윤석씨 사회로 열린 토크콘서트는 ‘세계기록문화의 정수 조선왕조실록, 그 숨겨진 이야기’를 주제로 60여분간 진행됐다.

태조부터 철종까지 조선 25대 472년의 역사를 연월일 순서에 따라 기록한 조선왕조실록은 기록의 보고(寶庫)다.

선조실록 1598년 5월 26일자에는 명나라에서 파견 온 흑인 병사에 관한 기록이 나온다. 명나라 장수가 연회에서 선조에게 파랑국(포르투갈) 사람이라며 소개한 흑인 병사에 대해 실록은 “노란 눈동자에 얼굴빛은 검고 사지와 온몸도 모두 검다. 턱수염과 머리카락은 곱슬이고 검은 양모(羊毛)처럼 꼬부라졌다”고 기술했다.

태종 11년에는 일본국왕으로부터 선물 받은 코끼리 이야기가 나온다. 매일 콩 4∼5두(말)를 먹어치우던 코끼리는 어느 날 오늘날 국토교통부 차관쯤 되는 공조전서를 지낸 사람을 밟아 죽이기까지 했고 결국 전남 보성의 섬으로 귀양을 갔다.

세종실록 1431년 7월 5일에는 임금과 승지(비서실장)가 세쌍둥이 지원에 대해 논의한 내용이 기록돼 있다. 세쌍둥이를 낳는 건 임금이 쌀과 콩 10석을 직접 하사할 정도로 경사스러운 일이었다. 문제는 세쌍둥이를 낳았는데 두 아이가 사산한 사례를 놓고 하사품을 어떻게 지급할지가 논란거리였다. 세종은 전부 지급하는 것이 옳다고 했지만 승지의 반대로 쌀 5석으로 결정됐다.

ICA 총회는 4년마다 열리는 ‘기록관리 올림픽’으로 서울총회는 ICA(세계기록관리협의회)와 국가기록원 주최로 9월 5∼10일 서울 코엑스 일원에서 열린다. 중국, 말레이시아에 이어 아시아에서는 세 번째로 열리는 총회다. 전 세계 190여국에서 기록관리 전문가와 관련 업계 관계자 등 2000여명이 참가하며 역대 최대 규모가 될 전망이다. 홍윤식 행자부 장관은 “이번 총회가 대한민국의 우수한 기록문화와 앞선 정보기술을 바탕으로 전자기록관리의 선도적 모델을 제시해 ‘기록 한류’를 여는 계기가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글·사진=라동철 선임기자 rdch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