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끗했던 진경준 검사장 승진, 禹 수석이 힘 썼나

입력 2016-07-18 18:00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이 넥슨코리아의 ‘처가 부동산 매입’ 의혹에 대해 강력히 반박했음에도 불구하고 관련 의구심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우 수석은 “김정주(NXC 회장)는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고 밝혔지만, 우 수석과 김 회장은 각자 진경준 검사장과 연결된다는 공통점이 존재한다. 진 검사장의 지난해 검사장 승진 배경에 우 수석이 있다는 말도 검찰 내부에서 흘러나오는 상황이다.

진 검사장은 한상대 전 검찰총장이 2011년 7월 총장 후보에 지명됐을 때 신상 검증팀에 파견돼 인사청문회를 준비했었다. 한 전 총장은 취임 직후 진 검사장을 대검찰청 미래기획단장 겸 국제협력단장으로 발령냈다. 한 검찰 간부는 “한 총장이 진 검사장을 특별히 총애했다. 곁에 두고 비선 자문 역할을 맡겼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 전 총장이 2012년 11월 이른바 ‘검란(檢亂)’ 사태로 중도 낙마하자, ‘한상대 라인’으로 분류되던 진 검사장 역시 한동안 핵심 보직에서 밀려났다. 당시 ‘진경준의 검사장 승진은 물 건너갔다’는 말이 많았다고 복수의 검사들이 전했다. 그런데 진 검사장은 지난해 2월 검찰 간부 인사에서 사법연수원 21기 동기 7명과 함께 검사장에 승진했다. 검찰 관계자는 “한 번 ‘삐끗’했던 진 검사장 승진을 두고 ‘우 수석이 뒤를 봐준다’는 말이 나왔다”고 말했다.

우 수석은 2014년 5월 청와대 민정비서관으로 임명돼 지난해 1월 민정수석에 올랐다. 민정수석은 고위공직자 인사 검증을 총괄한다. 차관급인 검사장 승진 명단 역시 민정수석실에서 사실상 만들어진다고 한다. 대상자에게 인사검증 동의서를 받아 재산·병역 등 개인 신상과 평판 등을 정밀 검증한다. 진 검사장은 검증 때 넥슨 주식 80만1500주(가액 88억여원)를 보유하고 있다고 신고했다. 당시 전체 재산 116억여원 가운데 75%가량을 넥슨 주식 보유액이 차지했다. 그가 이명박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파견 나갔을 무렵부터 넥슨이 제공한 고급 차량을 타고 다녔다는 얘기마저 이미 검사들 사이에서 떠돌았다고 한다. 그런데도 진 검사장은 민정수석실 검증 문턱을 넘어 검사장이 됐고, 결과적으로 우 수석마저 현 사태에 휘말리게 했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