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있어도 상용화 못해… 차별화 콘텐츠 개발 시급”… ‘포켓몬GO’ 통해 본 한국 IT산업 고질적 문제

입력 2016-07-18 18:15
‘기술이 있어도 쓸 줄 모르니….’ 증강현실(AR)을 기반으로 한 모바일 게임 ‘포켓몬 고’의 인기가 치솟는 가운데 기술력은 뛰어난 데도 사업화에는 실패하는 한국 IT산업의 고질적 문제가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현대경제연구원은 18일 ‘포켓몬 고 열풍에서 발견되는 5가지 경제적 함의’ 보고서에서 “포켓몬 고는 개발된 기술에 창조적 아이디어를 입혀 사업화에 성공한 것”이라며 “새로운 기술 개발만큼이나 기존 기술을 어떻게 이용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내 AR 관련 특허출원 건수는 2010∼2014년 연평균 619건씩 증가했다. 이미 가상현실(VR)·AR 기술 수준은 최고기술국 대비 83.3%로 뒤처지지 않는다. 그러나 이 기술들이 실제로 제품·서비스 생산 및 공정개선에 적용돼 수익을 얻는 경우는 12.4%에 불과했다. 나머지 48.5%는 기술이 어떻게 활용되는지 알 수 없는 상태였고, 7.3%는 아예 활용되고 있지 않았다. 31.7%는 활용을 위한 준비·진행 단계였다.

현경연은 이미 존재하는 기술로 ‘차별화된 콘텐츠’를 개발해 부가가치를 창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90년대 이후 출판·만화시장 위축으로 파산위기까지 겪었던 마블 엔터테인먼트는 기존 캐릭터들을 극장 스크린에 부활시키며 재기에 성공했다. 현경연 전해영 선임연구원은 “최근 한류는 연예인 중심의 스타 콘텐츠에 편중돼 있다”며 “장기적으로 콘텐츠 산업이 성장할 수 있는 사회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모바일 시대의 새로운 사업모델이 된 O2O(Online to Offline) 사업의 활성화 방안도 주문했다. 포켓몬 고는 AR기술(online)에 지난 20년간 인기를 누려온 포켓몬 캐릭터(offline)가 유기적으로 결합되면서 성공했다. 반면 현재 국내 O2O사업은 ‘배달의 민족’ ‘카카오택시’ 등 일부 서비스업에 국한돼 있다. 현경연은 “O2O가 실생활과 관련된 거의 모든 영역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업계 출혈 경쟁을 제한하고 건전한 성장세를 지속할 수 있도록 시장질서 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