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늑장 결론… 외압?

입력 2016-07-19 00:26

공정거래위원회의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 인수·합병(M&A) 심사는 수많은 뒷말을 남겼다. 공정위는 정치적 외압 없이 법정심사 시한 120일을 지켰다는 입장이지만 신고 접수 후 231일 만에 늑장 결론을 내면서 혼란을 자초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당초 공정위 안팎에서는 이 사건 결론이 4월 총선 전에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공중파 방송사들의 반발 등으로 사안이 정치적 쟁점으로 치닫는 마당에 내부적으로도 조속히 결론을 내려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그러나 무슨 연유에선지 심사는 차일피일 미뤄졌다. 그러면서 논란이 커지기 시작했다. 지난달 청와대 미래전략수석에 현대원 전 서강대 교수가 발탁되면서 잡음은 더 커졌다. 현 수석은 SK텔레콤 경쟁사인 KT 사외이사 전력에 미래수석으로 오기 직전까지 이번 M&A에 반대 의견을 밝혀왔기 때문이다.

지지부진하던 심사는 막판이 되자 이례적으로 속도감이 붙었다. 지난 4일 해당업체에 심사보고서를 발송한 데 이어 두 업체의 의견서 제출기한 연장을 무시한 채 발송 11일 만에 전원위원회가 개최됐다.

이 과정에서 심사보고서상 논리적 비약이 있다는 얘기가 돌았다. 대형 로펌 관계자는 “심사보고서를 본 전문가 대다수가 ‘급하게 결론을 고친 티가 난다’는 의견을 보였다”면서 “심사보고서 앞 90% 내용은 가격 인상 금지 등 행태적 조치가 필요하다는 논리로 가다가 결론에서 갑자기 불허 결정이 나왔다”고 말했다.

늑장 심사와 관련해 공정위는 정확히 며칠이 걸렸는지 밝힐 수 없지만 자료 보정기간을 제외하면 심사기한 120일을 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심사보고서가 120일에 임박해서야 완료됐기 때문에 사실상 전원위원회가 결론을 바꿀 물리적 시한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 관계자는 “120일은 심사보고서 발송 시한이 아니라 의결서를 해당 업체에 보내기까지의 시한”이라며 “이 사건이 120일이 임박해 전원위원회에 상정됐다는 것 자체가 사실상 전원위원회가 거수기 역할을 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세종=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