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의(사진)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이 또 한 번 미래를 위한 승부수를 던졌다. 은퇴를 번복한 지 한 달 만에 미래를 위한 과감한 투자를 감행하며 승부사 기질을 드러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소프트뱅크가 영국 반도체 설계 업체 ARM을 320억 달러(약 35조원)에 인수키로 했다고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금까지 소프트뱅크가 진행한 인수 중 가장 금액이 높다. 인수 금액은 모두 현금으로 지급된다.
소프트뱅크는 ARM 주식 1주에 17파운드(약 2만5000원)의 프리미엄을 주고 인수를 성사시켰다. FT는 “지난 주말 주가를 기준으로 43%가량 웃돈을 주는 것”이라고 전했다. 소프트뱅크가 ARM의 가치를 그만큼 높게 평가했다는 의미다.
영국 케임브리지에 본사를 둔 ARM은 반도체를 직접 생산하지는 않고 설계에만 집중하는 회사다. 저전력 기반의 반도체 설계에서 가장 앞선 업체로 평가된다. 현재 스마트폰에 탑재된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대부분이 ARM의 설계를 기반으로 한다. 애플, 삼성전자 등도 자체 AP를 만들 때 ARM의 설계를 가져다 수정해서 사용한다.
소프트뱅크가 ARM을 사들이기로 한 것은 미래에 저전력 기반 칩셋의 필요성이 점점 더 높아질 것이란 믿음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사물인터넷(IoT) 분야에서는 저전력 칩셋의 수요가 향후 몇 년 안에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로이터통신은 이번 인수를 “손 회장의 미래 비전인 IoT를 위한 값비싼 도박”이라고 해석했다.
소프트뱅크가 새로운 투자처를 찾아 나설 것이라는 건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손 회장은 지난달 주주총회에서 은퇴를 번복하며 인공지능(AI), IoT, 스마트로봇 등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이 분야에는 모두 두뇌 역할을 할 칩셋이 필요하고, ARM 인수를 통해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것이 손 회장의 계산이다.
소프트뱅크는 최근 게임업체 슈퍼셀을 중국 텐센트에 86억 달러에 매각했다. 또 알리바바 주식 일부를 79억 달러에 팔며 실탄 확보에 나섰다. 지난 한 달간 모은 투자자금만 2조엔(약 22조원)에 달했다.
FT는 브렉시트가 이번 인수에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도 내놨다. 브렉시트의 영향으로 파운드화 가치가 하락한 반면 엔화 가치는 상승하면서 1년 전보다 파운드화가 엔화보다 30%가량 가치가 하락했다. 때문에 소프트뱅크 입장에서는 ARM을 인수하기에 적당한 시기라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
승부수 또 한 번 던진 손정의… 英 ARM 35조원에 사들인다
입력 2016-07-18 18: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