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 신임 사장 선정 문제를 놓고 ‘낙하산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사장추천위원회(사추위)가 선정한 후보가 지난달 뚜렷한 이유 없이 번복된 데 이어 이사회 일정도 앞당겨지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대우건설 노조는 후보 중 한 명인 박창민 현대산업개발 고문을 외부 낙하산으로 규정하고 사퇴를 요구하는 등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대우건설 사추위는 20일 오전 최종 후보 한 명을 확정한 후 다음 달 임시 주주총회에서 안건으로 올릴 계획이다. 최종 후보자를 추인하는 이사회는 21일 개최 예정이었으나 하루 앞당겨진 20일 열린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18일 “사추위 인원과 이사회 인원이 대부분 중복되는 상황에서 굳이 다른 날 이사회를 개최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사추위는 세 명의 대우건설 사외이사와 두 명의 KDB산업은행 인사로 이뤄져 있고, 이 중 사외이사 전원과 산은 인사 한 명이 이사회에도 속해 있다.
이사회 일정 변경에 대해 대우건설 노조는 하루라도 빨리 사장 선임 절차를 마무리해 낙하산 논란을 덮으려는 시도로 의심하고 있다. 대우건설 노조는 이날 서울 영등포구 산업은행 본점에서 집회를 열어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한 채 일정을 앞당기려 하고 있다”며 “대우건설 사장 인선 작업을 중단하고 부당한 세력의 개입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혼란은 사추위가 지금까지 석연치 않은 행보를 보인 탓도 크다. 사추위는 박영식 사장의 임기 만료를 앞두고 지난 5월부터 사장 선임 절차에 들어가 박 사장과 이훈복 대우건설 전무를 후보로 결정했다. 하지만 최종 후보를 결정키로 한 지난달 10일 돌연 절차를 연기하더니 같은 달 23일 재공모 절차를 진행키로 의결했다. 별다른 이유 설명도 없이 결과를 뒤집은 것이다.
결국 지난 8일까지 사장을 다시 공모한 후 지난 13일 면접을 통해 박 고문과 조응수 전 대우건설 부사장을 후보로 다시 압축했다. 당시 후보 압축 과정에서 사추위 위원 간 이견이 발생해 고성이 오가는 등 갈등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박 고문에 대한 면접 결과를 놓고 의견이 갈려 일부 위원이 회의장을 이탈했다는 후문이다. 대우건설 노조 등에서는 대주주인 산은과 정치권이 보이지 않는 손으로 작용해 사장 선임 절차를 뒤흔든 것으로 보고 있다.
산은 측은 “정치적 외압설은 사실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특정 인물을 심으려고 했으면 처음부터 그렇게 하지 왜 재공모를 해서 시끄럽게 했겠냐”며 “재매각하기 위해선 주가 하락을 반전시키는 유능한 분을 모시는 게 좋겠다고 해서 다시 공모 절차를 진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산은이 2010년 사모펀드를 통해 대우건설을 인수할 당시 주가는 1만5000원선이었으나 현재는 6000원을 밑돌고 있다. 지난해 사모펀드 만기를 내년 10월까지 연장한 산은 입장에선 어떻게든 가격을 끌어올려야 하는 상황이다. 취임 이후인 2014년과 2015년 각각 4269억원과 3434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한 박 사장의 아킬레스건도 주가였다. 업계에서는 대우조선해양 사태로 홍역을 치른 산은이 자회사 감시를 강화하기 위해 내부 승진보다 외부인 영입에 비중을 둔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한다.
김현길 우성규 기자 hgkim@kmib.co.kr
대우건설 사장추천위원회, 이사회 일정까지 앞당겨… 노조 강력 반발
입력 2016-07-19 0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