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년 ‘축사노예’ 만득이 CCTV 확인해보니… 새벽 5시30분 일어나 소처럼 일해

입력 2016-07-19 00:14
축사노예 ‘청주 만득이’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축사에 설치된 CCTV 영상을 확보했다.

충북 청주 청원경찰서는 지적장애 2급인 고모(47)씨를 19년간 강제 노역시킨 축사 내 CCTV 4대의 영상을 확보해 내용을 분석하고 있다고 18일 밝혔다.

이 영상은 농장주 김모(68)씨가 축사 내 주요 지점에 설치한 방범용으로 지난달 20일부터 지난 12일까지의 기록이 남아 있다.

경찰이 영상을 통해 확인한 고씨의 하루 일정은 오전 5시30분에 일어나 오후 5시30분까지 소똥을 치우거나 소 먹이를 주는 일이 대부분이었다. 주말에도 쉬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씨가 구체적인 피해 상황을 진술하지 못해 수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경찰은 이 영상을 분석해 고씨에 대한 폭행이나 가혹행위 여부 등을 확인한다는 계획이다.

경찰은 마을 주민을 상대로 한 보강조사와 고씨 다리에 있는 수술자국 등을 확인하기 위해 건강보험관리공단에 병원 진료기록도 살펴보고 있다.

경찰은 고씨의 진술 등을 토대로 조만간 축사 주인 김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하고 장애인복지법 위반과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사법 처리를 검토할 계획이다.

고씨는 19년 전인 1997년 충남 천안 양돈농장에서 일하다 행방불명된 뒤 소 중개인의 손에 이끌려 김씨의 집으로 왔다. 그는 이름 대신 ‘만득이’로 불리며 최근까지 축사 옆 쪽방에서 생활하며 임금도 받지 못하고 노예처럼 일해 왔다. 그는 지난 1일 축사 인근의 한 공장 건물 처마에서 비를 피하다가 사설 경비업체 경보기가 울리면서 경찰에 발견돼 최근 어머니(77) 누나(51)와 상봉했다.

경찰 관계자는 “축사에 설치된 CCTV에서 폭행 정황 등 증거는 찾지 못했다”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청주=홍성헌 기자 ad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