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터키의 이슬람화와 민주주의 퇴행을 우려한다

입력 2016-07-18 18:40
지난 15일 밤(현지시간) 발생한 터키 군사 쿠데타가 불발로 그친 데 대해 환호할 수만 없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다. 민의에 의해 선출된 권력을 폭력으로 뒤집어엎는 것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터키 국민들이 이 같은 ‘역사의 퇴행’을 막아냈다는 점에서 다행스럽다. 하지만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이 보도한 대로 쿠데타 초기 상당수 이스탄불 시민들이 쿠데타에 호응했던 이유를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당시 쿠데타 주체가 드러나지 않은 불확실성 속에서 이들은 국부 무스타파 케말 이래 군부의 철칙인 종교와 정치의 분리를 요체로 하는 ‘세속주의’ 추종 병력이 쿠데타를 주도한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실제 쿠데타 세력은 정교일치를 위해 한때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과 동맹을 맺었다 갈라선 성직자 페튤라 귤렌의 추종자들이었다.

이런 점에서 이번 쿠데타는 터키헌법을 정교일치로 바꾸는 데는 뜻을 같이하지만 각론에서는 의견이 갈린 이슬람주의 분파 간 갈등이 폭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쿠데타군의 정체가 드러나자 터키 민주세력은 에르도안 지지자들과 함께 탱크를 육탄으로 막으며 쿠데타군의 도발을 좌절시켰다.

2003년 이후 터키를 통치해 온 에르도안 대통령은 갈수록 권위적 지도자로 변하고 있다. 한때 ‘이슬람 민주주의’의 모델로 불렸던 터키의 모습은 흔적 없이 사라졌다. 에르도안은 정적과 언론에 대한 가차 없는 탄압으로 ‘21세기 술탄’이라는 불명예스러운 이름을 얻었다. 에르도안은 이번 쿠데타 분쇄로 더욱 강력해질 것이 분명하다. 문제는 그가 이번 사태를 빌미로 반대파들을 더욱 억압할 가능성이다. 표면적으로 귤렌의 추종자를 겨냥한 칼날이 결국 에르도안 정권의 독재와 이슬람주의화에 제동을 걸어온 세속주의자와 민주세력을 향할 것이라는 추정은 에르도안의 그간 행태를 볼 때 타당성이 있다.

중동의 몇 안 되는 정교분리 국가인 터키의 이슬람주의화와 민주주의 퇴행은 이슬람국가(IS)로 상징되는 지하드(성전)주의의 확산에 직면한 전 세계에 심각한 타격이 될 것이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원국인 터키의 정정 불안은 2차 세계대전 이후 확립된 유럽 공동안보체제와 대테러 전선의 약화까지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