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인수·합병(M&A)을 최종 불허하면서 통신·방송 시장은 크게 술렁이고 있다. 산업 간 자발적 구조조정 시도가 무산됨에 따라 향후 생존전략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하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은 일단 공정위의 결정을 수용키로 했다. SK텔레콤은 18일 “최선을 다해 이번 M&A의 당위성을 강조했으나 결과적으로 관계기관을 설득하지 못하고 불허 결정을 받은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면서 “이번 결정을 수용하며, 국내 미디어 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춰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CJ헬로비전은 “공정위의 심의 결과에 대해서는 존중한다”면서도 “현재 케이블TV 산업이 처한 현실과 이로 인한 미디어 산업의 미래를 고려할 때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공정위의 불허 결정으로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 간 계약은 자진 철회로 끝날 가능성이 높아졌다. 계약 당시 정부의 인허가를 통과하지 못하면 계약이 파기되는 조항이 있기 때문이다. M&A를 추진하면서 양사가 약속했던 투자도 모두 철회할 것으로 보인다. 최종 인가는 미래창조과학부에서 하지만 미래부도 “계속 진행할 실익이 없어졌다”면서 인가 절차를 진행하지 않을 것임을 내비쳤다.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에 행정소송이라는 마지막 카드가 있긴 하지만 소송까지 갈 가능성은 낮다. 정부를 상대로 법적 다툼을 벌이는 게 기업으로선 큰 부담이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정부 규제를 받는 통신·방송 사업을 하는 업체로선 향후 생길 수 있는 불이익 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은 3가지 미래 성장동력 중 하나로 꼽았던 미디어 플랫폼 전략을 전면 수정할 수밖에 없게 됐다. CJ헬로비전 외에 매력적인 M&A 대상이 없는 상황이라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CJ헬로비전을 필두로 한 케이블TV 업계는 생존문제를 고민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리게 됐다. 가장 몸값이 높은 케이블TV 1위 사업자인 CJ헬로비전 매각이 무산되면서 다른 업체들의 출구전략에도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특히 CJ헬로비전으로선 M&A를 전제로 올해 사업계획을 세우지 못한 채 7개월을 보냈다는 점이 치명적이다. 조직 전체의 사기가 떨어진 상황에서 사업을 다시 정상궤도에 올리기까지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CJ헬로비전은 “임직원들이 받았을 상처로 인한 위축된 기업문화는 시간을 다퉈 회복시켜야 할 중요한 과제”라며 “내부 안정화를 최우선으로 해 경영 정상화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이다.
KT와 LG유플러스는 “공정위의 결정을 존중한다”면서 “공정한 경쟁을 통해 대한민국 방송·통신 산업 발전과 소비자 편익 증대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
인수합병 불허 후폭풍… 통신·방송시장 크게 술렁 생존전략 재검토 불가피
입력 2016-07-19 0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