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경찰에 앙심을 품은 흑인의 저격으로 백인 경찰 5명이 숨진 지 열흘 만인 17일(현지시간) 경찰 3명이 또 사살돼 미국 사회를 충격에 빠뜨렸다. 댈러스 경찰관 사망 이후 인종갈등이 가라앉는 듯 보였으나 이번에 다시 경찰 혐오사건이 발생하면서 흑인과 백인 사이에 ‘보복의 악순환’이 당분간 지속되리란 관측이 많다.
AP통신에 따르면 오전 9시쯤 루이지애나주 배턴루지의 한 주유소 근처에서 복면을 한 흑인 남성 개빈 롱(29)이 경찰에게 무차별 총격을 가했다. 이로 인해 경찰관 매튜 제럴드(41), 몬트렐 잭슨(32), 브래드 개러포라(45)가 숨졌고, 다른 경찰관 3명은 부상했다. 그중 1명은 위독하다. 롱도 현장에서 사살됐다.
킵 홀든 배턴루지 시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이번 사건은 최근 앨턴 스털링(37)의 사망과 관련됐다”면서 “경찰 혐오증으로 빚어진 범죄”라고 말했다.
배턴루지에서는 지난 5일 CD 판매상인 흑인 남성 스털링이 백인 경찰 2명에게 제압되는 과정에서 경찰이 쏜 총에 맞아 숨졌다. 이 사건을 계기로 미 전역에서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숨진 경찰 중 잭슨은 흑인으로 생후 4개월 된 아기가 있다. 그는 지난 8일 페이스북에 “요즘 같은 때는 흑인이면서 경찰인 게 육체적으로나 감정적으로 너무 힘들다”고 토로했다. 특히 “제복을 입고 있을 때는 (흑인들로부터) 역겹다는 시선을 받고, 제복을 벗었을 때는 (백인들로부터) 위험스러운 인물로 취급받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스털링 사망 이후) 최근 3일이 내 인생에 가장 힘든 때”라며 “증오가 우리의 심장을 파먹게 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사살된 범인 롱은 미주리주 캔자스시티 출신으로 앨라배마대학을 다녔던 것으로 전해졌다. 해병대에서 5년간 복무하며 이라크전에 참전했고 2010년 병장으로 제대했다. 복무 중 ‘모범병사(Good Conduct)’상을 수상하고 복무 성적이 뛰어난 군인에게 수여되는 명예제대증을 받았을 정도로 돋보이는 군인이었다. 지난 7일 댈러스에서 백인 경찰을 사살한 마이카 존슨(25)도 아프가니스탄전에 다녀온 참전용사였다.
사건 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생중계 연설에서 “동기가 무엇이든 어떤 것도 폭력을 정당화할 수 없다”면서 “경찰에 대한 공격은 비겁한 사람이나 하는 짓”이라고 비난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
[월드 이슈] 이번엔 루이지애나서 ‘경찰관 저격’ 3명 사망
입력 2016-07-18 18: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