퉁퉁 부은 오른쪽 눈은 검푸른 멍이 들어 있었다. 그러나 눈은 웃고 있었다. 그가 깨물고 있던 건 올림픽 금메달이었다. 한국 레슬링에서 8년 만에 나온 것이었다. 레슬링은 한국의 효자 종목이다. 올림픽에서 모두 35개(금 11·은 11·동 13)의 메달을 따냈다. 양정모(1976 몬트리올올림픽 금) 이후 한국 레슬링은 2004 아테네올림픽까지(불참한 1980 모스크바올림픽 제외) 금맥을 이어 왔다. 그러나 2008 베이징올림픽에선 동메달(박은철) 한 개를 따내는 데 그쳤다. 암흑기에 빠진 한국 레슬링에 희망의 빛을 비춘 선수는 김현우(28·삼성생명)였다.
그는 2012 런던올림픽 그레코로만형 66㎏급을 제패했다. 시상식에서 멍들고 부은 오른쪽 눈으로 밝게 웃으며 금메달을 깨무는 모습은 투혼의 상징이 됐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매트에 그가 다시 선다.
김현우는 18일 서울 노원구 태릉선수촌에서 열린 리우올림픽 미디어데이에서 “매일 잠자기 전 시상대 위에 올라서서 태극기가 걸리고 애국가가 울려 퍼지는 모습을 상상한다. 전사의 정신으로 못 이기면 죽는다는 마음으로 올림픽을 준비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김현우는 2006년엔 과테말라 세계주니어선수권대회에서 은메달은 차지하며 유망주로 떠올랐다. 하지만 2008년 체중 조절 실패와 부상으로 국가대표로 선발되지 못했다. 2010년 국가대표가 됐지만 광저우아시안게임 8강전에서 패했다.
충격을 받은 김현우는 방황하기 시작했다. 체중도 10㎏ 가까이 불어났다. 그는 울면서 시드니올림픽 그레코로만형 58㎏급에서 은메달을 딴 김인섭 소속팀 코치에게 도움을 청했다. 김 코치는 그의 훈련수첩을 찢어 버린 뒤 자신의 노하우를 알려줬다. 런던올림픽 대표로 선발된 김현우는 그야말로 심장이 튀어나올 정도로 훈련에 매진했다. 그리고 마침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김현우는 체급을 올려 75㎏급에서 금메달에 다시 도전한다. 이번에도 금메달을 따내면 한국에서 심권호 이후 두 번째로 올림픽 2연패와 두 체급 석권을 달성하게 된다. 김현우의 모험은 성공적이다. 그는 2013년부터 2015년까지 아시아선수권대회 75㎏급에서 3연속 우승을 차지했다. 2013 세계선수권대회와 2014 인천아시안게임 75㎏급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리우올림픽에서 우승하면 75㎏급 그랜드슬램을 달성하게 된다.
김현우는 “이제는 체중 감량에 대한 부담이 없어 레슬링을 좀 더 즐길 수 있게 됐다. 체력 면에서는 부족하지만 강인한 정신력과 집중력으로 이겨 내겠다”고 말했다.
2013년 퇴출될 위기를 겪은 레슬링은 보는 재미를 더하기 위해 꾸준히 규칙을 변경하고 있다. 런던올림픽에선 2분 3라운드로 경기해 3라운드 가운데 2라운드를 이긴 선수가 승리했다. 리우올림픽에선 3분 2라운드로 싸우는데 6분 동안 점수를 합산해 승패를 가린다. 이는 공격을 유도하기 위한 조치이며, 체력이 좋은 선수가 유리하다. 한국 대표팀은 새로운 규칙에 대비해 하루 4차례 강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이번엔 75㎏급… 김현우, 두번째 金 안아넘긴다
입력 2016-07-18 17: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