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SKT·CJH 합병불허 7개월이나 끈 공정위의 무책임

입력 2016-07-18 18:40
공정거래위원회가 18일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M&A)을 불허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공정위는 이들 기업이 결합되면 유료 방송 및 이동통신 시장에서의 지배력이 더욱 강화돼 독과점적 구조가 회복되기 어려운 수준으로 악화될 것으로 우려했다. 이로 인한 요금 인상 등 소비자 피해를 근본적으로 막기 위해 이번 조치를 내렸다고 설명했다.

이번 결정은 나름대로 타당성이 없지 않다. 경쟁제한을 방지하는 게 공정위의 존재 이유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후폭풍이 간단치 않다. 독과점에 따른 부작용을 막는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국내 미디어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는 잃은 것이 많다. 방송과 통신의 결합은 세계적으로 가장 활발하게 융복합이 이뤄지는 분야다. 세계시장의 흐름과는 반대로 감으로써 좁은 시각에서 국내 시장에만 집착했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자발적 M&A를 통해 위기에 빠진 케이블TV산업 구조개편의 물꼬를 트는 기회를 놓쳤다는 지적도 있다.

무엇보다 7개월이나 질질 끌면서 ‘늑장행정’ ‘무책임 행정’이란 비난을 공정위가 자초했다는 사실은 곱씹어 봐야 한다. “자료 요청에 시간이 걸렸다”고 하지만 선뜻 납득할 수 없다. 이러다보니 온갖 말이 나온다. 공정위가 새 경쟁자의 등장을 적극적으로 반대한 기존 방송사들의 눈치를 봤다거나 정치권의 외압, 청와대의 의중을 의식했다는 등 설이 잇따랐다.

공정위가 판단을 미루면서 SK 측과의 인수에 반대하는 KT, LG유플러스는 비방전과 로비전을 펼치는 등 진흙탕 싸움을 벌였다. 이들 기업은 지난 7개월 동안 사실상 업무공백에 이를 정도로 매진했다. 정부의 무소신이 불확실성을 심화시키는 바람에 경영활동에 엄청난 차질을 빚은 셈이다. 이번 사안은 정부가 기업의 발목을 잡은 대표적 사례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