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오하이오 클리블랜드의 공화당 전당대회장 주변은 삼엄했다. 철제 펜스와 콘크리트 차단막이 등장했고, 일부 도로 진출로는 폐쇄됐다. 시내 외곽에는 주방위군까지 투입됐다. 대회장 상공에는 드론도 금지됐다.
프랑스 니스 테러와 미국 루이지애나의 경찰 피습 직후 열리는 전당대회여서 경계가 대폭 강화됐다. 클리블랜드 경찰 노조는 “전당대회 기간만이라도 클리블랜드에서 총기 휴대를 금지해야 한다”고 촉구했으나 거절당했다.
공화당 전당대회가 시작되기 하루 전인 17일(현지시간) 클리블랜드 시내 중심가 퀴큰론스 아레나 주변에는 이중삼중의 철통 방어벽이 설치됐다. 대회장으로 지정된 퀴큰론스 아레나는 올해 프로농구(NBA) 챔피언전에서 우승한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의 홈구장이다. 평소 드나드는 데 아무 장애가 없지만 지금은 일반인 입장이 불가능하다. 백악관 비밀경호국과 공화당 전국위원회가 발급한 출입증이 있어야 하는데 검문검색이 무척 까다롭다.
대회장 주변 4.5㎢는 행사구역으로 지정됐다. 관광객이나 방문자는 이 안으로 들어갈 때 유리물병, 큰 가방, 배낭, 음료캔을 가져갈 수 없다. 그런데 총기는 허용된다. 오하이오는 총기를 휴대하고 거리를 활보해도 되는 곳이어서 가능한 일이다. 테러 경계를 강화하기 위해 유리병은 차단하면서 총은 막지 못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클리블랜드 경찰은 루이지애나 배턴루지에서 흑인이 쏜 총에 경찰관 3명이 죽었다는 소식에 예민해졌다. 스티브 루미스 경찰노조위원장은 존 케이식 오하이오 주지사에게 “총격사고 위험이 높아졌다”며 “대회기간 중 총기 휴대금지 조치를 취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공화당 소속인 케이식 주지사는 “연방헌법과 주헌법이 보장하는 총기휴대 권리를 주지사가 임의로 제한할 수 없다”고 거부했다.
클리블랜드 시 당국은 차선책으로 시위대의 물리적 충돌을 예방하기 위해 집회장소를 전당대회장에서 1㎞ 정도 떨어진 시내 몇 곳으로 제한했다. 시내에는 곳곳에서 소규모의 시위나 거리행진이 있었지만 다행히 폭력이나 물리적 충돌은 없었다. 오후 7시쯤 대회장 인근 윌러드 공원에서는 트럼프에 반대하는 시위대 200여명이 구호를 외치며 정해진 코스를 따라 거래행진을 마쳤다. 이들은 ‘다시 한번 위대한 미국을 만들겠다’는 트럼프의 구호를 비틀어 “미국은 한 번도 위대한 적이 없었다”고 외쳤다. ‘흑인들의 생명도 소중하다’는 구호도 등장했다. 경찰은 멀리 떨어진 곳에서 시위대를 지켜보기만 했다.
그러나 시 당국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경찰관 3000여명을 시내 곳곳에 배치했다. 시 외곽에는 주방위군까지 동원돼 경계를 섰다. 대회장으로 이어지는 이리호에는 해안경비대가 함정을 띄웠다.
다만 대회장인 퀴큰론스 아레나와 이리호 연안에 마련된 환영행사장, 그리고 그 사이에 위치한 미디어센터에서는 총기를 휴대할 수 없다. 세 곳은 대선후보의 경호를 책임지는 백악관 비밀경호국이 경비를 맡고 있다.
대회장으로 들어가려면 철제펜스 밖에서 출입증을 경찰에 제시해야 한다. 철제펜스를 통과하면 비밀경호국 요원들이 폭발물 탐지견과 함께 임시검문소에서 기다리고 있다. 퀴큰론스 아레나 안으로 들어가기 전 다시 경찰의 검문을 받아야 한다. 클리블랜드에는 지금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클리블랜드(오하이오)=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
차단벽·방위군·시위대… 전쟁터 같은 ‘트럼프 출정식’
입력 2016-07-19 04: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