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돋을새김-정재호] 미디어 생태계의 황소개구리(2)

입력 2016-07-18 18:49

양대 포털이 지난 14일부터 기사 내 기사와 무관한 ‘아웃링크 남용’에 대해 제재하고 나섰다. 양대 포털이 설치한 뉴스제휴평가위원회가 지난 6월 1일 언론사들의 ‘부정행위 유형’으로 아웃링크 남용을 신설한 데 따른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아웃링크란 포털뉴스 페이지에서 특정기사를 클릭했을 때 기사 하단에 해당 언론사로 연결되는 ‘관련기사’ 또는 ‘실시간뉴스’들을 일컫는다.

이 가운데 ‘기사로 위장된 광고·홍보를 노출한 경우’나 ‘기사와 무관한 추천 검색어 또는 선정적 단어가 포함된 기사를 노출한 경우’가 제재 대상이라고 평가위는 규정했다. 두 경우를 반대로 해석하면 기사와 밀접한 ‘관련기사’는 포털이 그토록 강조해 왔던 ‘이용자 편의’를 위해 권장돼야 할 일이다. 종이신문이 1면 기사의 경우 다음 지면에서 관련기사들을 배치하고 정치, 경제, 사회 등 영역별 지면을 할애해 온 오랜 관습과도 통한다.

이 같은 반박 논리를 펴면서 온당한 ‘관련기사’ 아웃링크 서비스를 고집하던 중 평가위 주변에서 뜻밖의 한마디를 듣고 접었다. 아웃링크 남용을 주도한 연합뉴스를 겨냥해 포털이 칼을 빼든 조치라는 것. 처음엔 귀를 의심했다. 포털과 연합뉴스가 지난 10년 이상 공생하면서 온라인 미디어 생태계의 양대 제왕으로 군림해 왔던 터이기 때문이다.

바로 포털뉴스에 들어가 연합뉴스 기사들을 체크해 봤다. 지난 12일 남중국해 해상관할권 판결과 13일 국방부의 사드배치 지역 발표 기사들을 클릭했더니 하단에 기사와 무관한 아웃링크가 3건씩 노출됐다. 가령 남중국해 해상관할권 판결 기사들에 작가 조정래의 ‘민중이 개·돼지라면 본인은 기생충’ 등 제목과 무관한 링크기사들이 삽입돼 있었다.

지난 6일 ‘北, 황강댐 방류’란 제목의 속보는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논란이 됐다고 후배 기자는 귀띔했다. 제목을 클릭하면 ‘모야모야 여대생 강도 개그맨…그는 누구?’ 같은 링크기사 3건이 노출됐기 때문이다. 나머지 기사들도 매한가지 패턴을 보였다.

연합뉴스는 홈페이지에서 “580여명의 기자들이 하루 3000건을 웃도는 글(기사), 사진, 그래픽, 영상 등을 생산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그만큼 기사와 무관한 아웃링크를 남용했다는 반증으로 읽힐 수도 있다.

포털의 강제 조치에 의한 것이긴 하지만 지난 14일 이후 연합뉴스 기사들에 삽입된 ‘이상한’ 아웃링크들이 사라진 것은 다행한 일이다. 하지만 ‘기사의 본문(내용) 없이 제목만 단 속보(제목 속보)’로 전송되는 연합뉴스의 변칙 행위는 여전히 쏟아지고 있다. 남중국해 해상관할권 판결은 7건, 방글라데시 테러 참극은 10건, 상주에 사드 배치 발표는 13건가량을 각각 제목 속보로 내보냈다.

한 사안에 한두 번은 몰라도 10건 안팎을 달랑 제목만 내보내야 할 만큼 국가의 안위나 국민의 생명·재산을 위협하는 절박한 것이었는지 묻고 싶다. 백번 양보해도 이건 남발이다. 그 노림수는 조회수를 노린 낚시질에 다름 아니다.

연합뉴스는 “단 1초의 중단과 공백도 허용하지 않는 ‘실시간 뉴스’ 서비스가 특장(特長)”이라고 자랑한다. 매년 300억원 이상 국가의 지원을 받는 국가기간뉴스통신사로서 자부심으로 여길지 몰라도 제3자의 눈엔 미디어의 생태계를 파괴하는 황소개구리로 비쳐질 수 있다. 황소개구리는 2013년 12월 당시 민주당 배재정 의원과 공공미디어연구소가 공동 주최한 토론회에서 연합뉴스에 붙여준 닉네임이다(2014년 1월 14일자 본 칼럼 참조). 이런 오명을 씻으려면 먼저 자정에 나서야 할 것이다. 아니면 또 포털이 나서야 한다.

정재호 편집국 부국장 jaehoje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