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8월 19일은 미국프로풋볼(NFL) 디트로이트 라이온즈 러닝백 자비드 베스트(27·사진)에게 평생 잊을 수 없는 날이다. 베스트는 클리블랜드 브라운스를 30대 28로 격파한 디트로이트의 프리시즌 3차전에서 뇌진탕 증세를 일으켰다. 디트로이트에 입단하고 발생한 두 번째 증세였다. 하지만 처음과는 느낌이 달랐다.
치료가 길어졌다. 한 해를 넘겨 그 다음 시즌까지 이어졌다. 그렇게 두 시즌을 통째로 날렸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버클리캠퍼스를 졸업한 2010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디트로이트의 1라운드 지명을 받고 980만 달러(111억원)에 5년 계약을 맺은 유망주는 그렇게 프로 입문 두 시즌 만인 2012년 은퇴했다.
하지만 그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었다. 선수생활을 끝내기엔 너무 어린 나이였다. 풋볼선수로는 왜소했지만, 일반인으로선 작지 않은 178㎝ 90㎏대의 몸을 이끌고 100m를 10초대로 주파한 러닝백으로서의 재능을 썩힐 수 없었다. 거구들과 정면으로 충돌하고 태클에 걸려 넘어지길 반복하는 풋볼에선 뇌진탕 증세가 재발할 수 있지만, 그저 앞만 보고 달리면 되는 육상선수로는 충분히 재기가 가능했다.
베스트는 풋볼선수로 활약하면서 단거리 육상선수를 병행했던 고등학생 시절을 떠올렸다. 그리고 어린 시절부터 가슴속 깊이 간직한 올림픽의 꿈을 실현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미국 스포츠채널 ESPN은 17일(현지시간) 베스트가 2016 리우올림픽 남자 육상 100m에 출전한다고 보도했다. 베스트는 캘리포니아 출신 미국인이지만, 아버지의 고향인 북중미 카리브해 섬나라 세인트루시아에서 이중국적을 취득하고 육상 국가대표 자격을 얻었다. ESPN은 “전직 NFL 선수로는 처음으로 하계올림픽에 도전한다”고 설명했다.
무모한 도전은 아니다. 낮은 무게중심, 민첩한 움직임, 빠른 발로 적진을 향해 돌격하는 러닝백의 특성상 충분히 가능한 도전이다. 미국 플로리다대 풋볼팀 러닝백으로 2012 런던올림픽 남자육상 400m 계주에 출전해 은메달을 차지한 제프 뎀스(26·인디애나폴리스 콜츠)가 대표적 사례다.
베스트는 이미 올림픽을 준비하고 있었다. 지난 4월 2일 트랙에서 100m를 10초16으로 주파해 개인 최고기록을 경신했다. 종전기록은 2007년 6월 2일에 작성한 10초31다. 기록을 0.15초 단축했다. 올림픽 개막까지 한 달도 남지 않았지만 베스트는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前 NFL 러닝백, 올림픽 100m 도전
입력 2016-07-18 17: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