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시스 우케무(56)씨가 돈을 벌기 위해 고국 나이지리아를 떠나 이역만리 한국 땅을 밟은 건 지난해 7월이었다. 환갑을 바라보는 나이 탓에 온몸 구석구석 아픈 곳도 많지만 자식들을 먹여 살리려면 어쩔 수 없었다. 오래 전 아내와 사별한 그에겐 자식이 5명이나 된다. 우케무씨의 일터는 경기도 안산의 한 물류센터다. 그는 이곳에서 평일 저녁 8시부터 이튿날 아침 7시30분까지 택배를 옮긴다. 이렇게 번 돈의 70%는 고국에 송금한다.
최근 안산 서안산시온교회(이창갑 목사)에서 만난 우케무씨는 “힘들 때마다 주님 말씀을 묵상하며 육체적 고통을 견딘다”고 했다. “나이지리아에 있을 때부터 예수님을 믿었어요. 막내딸이 올해 여섯 살인데 얼마나 귀여운지 몰라요(웃음). 하루 빨리 나이지리아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장기체류 이주민만 147만명
우케무씨가 수입의 70%를 가족에게 보낼 수 있는 건 서안산시온교회의 후원 덕분이다. 그는 이 교회가 외국인 노동자를 위해 지하 공간을 개조해 만든 쉼터에서 숙식을 해결한다. 쉼터에는 그를 포함해 나이지리아와 스리랑카 등지에서 온 외국인 7명이 살고 있다.
서안산시온교회가 쉼터를 마련한 건 2012년 5월. 지금까지 쉼터를 거쳐 간 이주민만 60명이 넘는다. 이창갑 목사는 “쉼터에 머물다가 예수님을 영접한 외국인도 많다”고 했다. 이 목사는 지난해 11월 만들어진 기독교대한감리회 이주민선교위원회에서 위원장도 맡고 있다.
“과거엔 저도 ‘대형교회 목사’가 되고 싶었어요. 하지만 어느 순간 이주민 선교가 제 사명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주민은 선교의 대상이면서 선교의 동역자입니다. 이들이 언젠가 고국에 돌아가 한국의 ‘따뜻함’을 알린다면 현지에서 활동하는 한국 선교사에게 큰 도움이 될 겁니다.”
하지만 서안산시온교회처럼 이주민 선교에 적극 나서는 곳은 한국교회 중 일부에 불과하다. 최근 들어 교단들이 관련 기구를 만들고 대형교회도 가담하고 있지만 미진하다는 평가가 많다.
이주민 선교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는 이유는 한국 사회의 변화 때문이다.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국내 체류 외국인은 약 195만명으로 대전 인구(150여만명)보다 많다. 2001년 당시 이주민이 49만명 수준이던 점을 감안하면 16년 만에 4배 가까운 규모로 급증한 셈이다.
특히 이주노동자 결혼이주민 등 장기체류자(외국인 등록·거소 신고자)가 크게 늘고 있다. 195만명 중 147만명(75%)이 장기체류자다. 2000년대 초반까지는 장기체류자보다는 단기체류자가 훨씬 많았다. 장기체류자 증가는 우리나라가 ‘글로벌 사회’로 바뀌고 있다는 확실한 방증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한국교회, 이주민의 리더가 돼야”
한국교회가 이주민 선교에 뛰어든 건 1990년대 초·중반이었다. 경제 호황과 산업연수생제도 도입(1994)으로 외국인 노동자가 본격 유입되던 시기였다. 당시 교계가 중심이 돼 설립된 ‘외국인노동자선교정책협의회’ ‘안산외국인노동자센터’(현 안산이주민센터) 등은 이주민 인권의 보루 역할을 감당했다. 고용허가제 도입(2004)과 다문화가족지원법 제정(2007)을 이끌기도 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이주민 선교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대전외국인종합복지관 관장인 김봉구 목사는 “90년대부터 이주민 문제에 관심을 가졌던 목회자만 여전히 이 사역을 감당하고 있을 뿐 나머지 교회들의 참여율은 여전히 낮다”며 “교회들이 내국인에 치중하는 목회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경기도 광주에서 20년 가까이 이주민 선교에 매진한 한 목회자는 “대형교회들이 최근 들어 이주민 선교에 동참하고 있지만 다양한 선교 활동 중 하나를 장식하는 ‘액세서리’처럼 여기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주민 선교는 한국교회 선교 지평을 넓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충남 아산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 소장인 우삼열 목사는 “이주민이 늘어날수록 이들에 대한 노동착취, 외국인에 대한 편견과 멸시 문제 역시 심화될 수 있다”며 “이주민을 보듬는 미래지향적 목회를 통해 교회가 이주민의 리더가 된다면 한국교회의 위상 역시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안산=글·사진 박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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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민 200만명 시대 <상>] 다문화인구 16년새 4배 껑충… 이들 품는 선교는 제자리걸음
입력 2016-07-18 20: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