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목회 이야기] ‘내가복음’

입력 2016-07-18 20:27 수정 2016-07-27 17:35

바른 생각과 개념의 정리는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고등학교를 갓 졸업하고 신학대에 입학했을 때 일입니다. 미국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바로 귀국해 학교에 부임한 교수님이 한 분 계셨습니다. 교수님의 수업은 토론식으로 진행됐습니다. 그분은 늘 학생들에게 과제를 내주고는 수업시간에 발표하게 하셨습니다. 힘들게 발표 준비를 해 가면 교수님은 발표 내용보다 학생들이 쓰는 ‘언어’에 훨씬 더 큰 관심을 가졌습니다. 크리스천이라면 다 알고 있을 법한 말들을 했는데도 교수님은 가차 없이 지적하셨습니다.

이를 테면, “방금 네가 사용한 그 ‘은혜’라는 말의 뜻이 무엇이냐”라는 식입니다. 그러면 학생들은 무심코 사용했던 그 단어의 뜻을 정의하느라 비지땀을 흘렸습니다. 교수님은 “네가 설명한 그 은혜가 과연 성경이 말하는 은혜와 같은 것이냐”하고 되물으셨습니다.

그때 교수님이 하신 말씀은 이렇습니다. “오늘날 기독교가 혼탁하게 된 것은 개념 정립이 바로 되지 않은 채 ‘다 알겠거니’ 하며 사용하는 용어들 때문이다. 목회자들조차도 개념 정립이 안 돼 있는데 성도들은 오죽하겠느냐. 성경이 말하는 뜻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지 못하고 막연하게 자신이 생각하는 것을 성경의 뜻인 양 오해하고 사용하는 게 우리의 문제다. 모두 성경을 제멋대로 해석한 결과 내가 해석한 내 멋대로의 복음, 소위 ‘내가복음’이 생기는 것이다. 기독교의 본질인 말씀의 의미, 하나님의 뜻은 잊어버리고 다들 자기 편한 대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허상의 기독교’가 오늘날 가장 큰 문제다.”

오늘날 기독교가 ‘개독교’라는 말까지 듣고 있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기독교인들이 성경의 의미보다는 자기 주관적인 믿음과 생각을 고집하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요. 사사시대처럼 모두 자기 생각이 옳은 것처럼 생각하고 판단하고 행동하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요. 몇 번이고 강조하며 가르쳐도 여전히 자기 생각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허탈해지곤 합니다. 30년 전 들었던 교수님의 말씀이 요즘 부쩍 더 의미 있게 여겨집니다. 배경락 <서울 서북교회 목사>

◇약력=△총신대 졸업 △저서 '곧게 난 길은 하나도 없더라'(지혜의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