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바벨론의 신화를 보면 인간을 만든 목적이 나온다. 이류 신들이 땅에 살면서 강을 파고 운하를 만들고 작물을 재배하는 것에 싫증을 느끼고 대왕 신에게 반발하자 이류 신들의 일을 대신 시키기 위해 인류를 만든다. 인류가 드리는 희생제사의 바비큐를 먹으려고 배고픈 신들이 파리 떼같이 모여드는 이야기도 나온다. 인간은 신들을 대신해 일하고 그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그러나 성경을 보면 완전히 다른 이야기가 나온다. 히브리어 단어 하나를 배워보자. ‘아싸’라는 단어다. 의미는 ‘행하다, 만들다’는 뜻이다. 창세기 1장에 보면 하나님께서는 모든 것을 창조하시지만 말씀으로만 하신 것이 아니다. 여러 번 ‘아싸’라는 동사가 사용된다. 여기서 파생한 명사가 ‘일’이라는 단어다. 하나님께서는 인간을 만드시기 전에 열심히 행하시고 만드시는 일을 하셨다. 그리고 일을 한 번도 쉬어 보신 적이 없다. 심지어 안식일에도 예수님께서는 “내 아버지께서 이제까지 일하시니 나도 일한다”(요 5:17)고 말씀하신다.
고대 신화의 신들은 자신들이 일하기 싫어 인간을 만들었다. 하지만 하나님께서는 우리를 위해 지금도 일하고 계시고 스스로 일하시기 때문에 인간을 일할 수 있는 존재로 만드셨다. 우리가 일을 한다는 것 자체가 하나님의 형상을 가졌다는 증거다. 그렇기 때문에 실제로 인간은 일할 때 행복하다.
창세기 1∼3장은 하나님이 하신 일로 가득하다. 하나님은 흙으로 인간의 몸을 만드셨고 정원과 과수원도 만드셨다. 인간에게 가축을 만들어주고 해양 동물과 조류와 식물을 소개하셨다. 아담을 잠들게 해 갈빗대 하나를 취한 뒤 여자를 만드시고, 남자에게 여자를 소개하셨다. 인간에게 ‘가죽 옷’도 지어 주셨다. 하나님은 최초의 예술 공예가, 조경사, 마취의사, 외과의사, 결혼주선자, 결혼주례자, 의상 디자이너셨다. 목축업을 시작할 수 있도록 도우신 분이기도 하다. 해양학, 조류학, 천문학, 식물학 등 무한한 일의 가능성을 열어 놓으셨다. 이것은 노동으로 가득 찬 성경에 나오는 육체의 일의 시작일 뿐이다.
그러기에 세상이 아무리 타락했다 해도 우리는 일을 할 때 보람을 느끼며 또한 일을 함으로써 스스로 성장하고 성숙하게 된다. 요즘 청년실업과 조기 은퇴, 명예퇴직이 늘어나면서 가정마다 일하지 못하는 데 따른 어두운 그림자들이 드리워져 있다. 그러기에 ‘일을 하는 것도 고달프지만 일을 안 하는 것은 더 고달프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우리 모두는 일하기 위해 태어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힘써 일하자. 김윤희< FWIA 대표 >
[소명의 일터-김윤희] 일, 누가 만들었는가
입력 2016-07-18 20:28 수정 2016-07-18 2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