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프랑스 니스에서 벌어진 무차별 트럭 테러를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발표했다. 프랑스 정부는 용의자가 테러단체의 도움을 전혀 받지 않고 IS의 테러 방침을 따랐을 가능성이 크다며 “새로운 방식의 테러”라고 밝혔다.
일간 르몽드에 따르면 베르나르 카즈뇌브 내무장관은 16일(현지시간) “테러범 모하메드 라후에유 부렐(31)은 매우 빠르게 급진적으로 변했다”고 조사결과를 밝혔다. 이어 “새로운 형태라 대처하기가 무척 어렵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없던 ‘새로운 테러’=프랑수아 물랭 파리 검사장은 “이번 테러는 이슬람 무장세력 테러의 전형적인 특징을 지녔다”며 IS가 선전한 테러 방침만으로 시행됐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직접적으로 연결되지 않은 추종자가 IS 방침에 따라 단독 테러를 벌였다는 이야기다.
검찰에 따르면 부렐은 폭력, 절도, 상해 전과가 있으나 감시대상인 급진주의자 명단에는 올라있지 않았다. AP통신에 따르면 IS 선전매체 아마크통신은 “IS 전사 1명이 니스 공격을 수행했다”면서 “이 작전은 무슬림을 공격하는 십자군 동맹의 민간인을 겨냥하라는 요구에 대한 응답이었다”고 주장했다.
차량을 이용한 테러 방식도 IS의 지침 그대로다. IS는 2014년 “총과 폭탄을 사용할 수 없을 때엔 돌, 칼, 독약, 차량 등 어떤 수단을 활용해서라도 서방세계의 ‘불신자’를 죽여라”라고 지시했다. 프랑스 정부는 부렐의 아파트를 수색하고 전 부인을 비롯해 테러 연관 인물 7명을 체포했다.
◇프랑스 겨냥한 ‘끝없는’ 테러=이번 테러는 지난해 파리 테러에 이어 다시 한번 프랑스를 겨냥했단 점에서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 4년간 프랑스에서 테러로 목숨을 잃은 사람은 242명에 이른다. 서구 국가 가운데 유독 테러단체의 집중 타격 대상이 된 셈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프랑스가 미국과 함께 시리아와 아프리카에서 테러단체 소탕에 가장 앞장서고 있는 것을 중요한 이유로 지적했다.
알제리 등 아프리카에서 지난 세기 프랑스가 자행한 혹독한 식민 통치도 중요한 이유다. 북아프리카 국가로 프랑스 식민지였던 알제리는 8년간 독립전쟁 끝에 1962년 독립했다. WSJ는 프랑스가 1990년대 초반 희생자 수천명을 낳은 내전에 개입한 점도 지적하며 이 지역 이슬람 신도에게 프랑스는 증오의 대상이라고 분석했다.
◇예고된 ‘한여름 밤의 악몽’=언론의 주목을 끌기 위해 외국인이 많이 모이는 휴양지를 선택했단 점에서 방글라데시 등 최근 다른 곳의 테러와 유사한 면이 있다. 그러나 니스는 휴양지로도 유명하지만 프랑스에서 이슬람 극단주의가 가장 많이 확산된 곳이다. 부렐 역시 이 지역 주민이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니스가 포함된 프로방스-알프-코트다쥐르 지방에서 극단주의 이슬람 무장단체에 합류하기 위해 시리아와 이라크로 떠난 사람은 올해에만 55명에 이른다.
이 지역에서는 최근 이슬람 극단주의자의 지하기도원 5곳이 폐쇄되기도 했다. 지난해 니스 공항에서는 10대 남성 2명이 이륙 전 비행기를 납치해 극단주의 무장단체가 있는 곳으로 가려다 붙잡혔다. 비슷한 사건이 잦자 이 지역을 관할하는 부서인 알프스마리팀(Alpes-Maritimes)은 테러단체 합류 시도 청소년을 조기 신고하는 시스템을 프랑스에서 가장 먼저 갖췄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
니스 테러범 ‘총·폭탄 없으면 車 활용’ IS 지침 따랐다
입력 2016-07-18 04: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