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 트럼프 외면하는 공화당 주류

입력 2016-07-18 04:16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오른쪽)가 16일(현지시간) 뉴욕에서 러닝메이트로 지명한 마이크 펜스 인디애나 주지사를 소개하고 있다. 펜스는 낙태와 동성결혼에 반대하는 독실한 복음주의 개신교도다. AP뉴시스

공화당과 민주당의 전당대회는 지지 연사의 면모에서 큰 차이가 난다. 민주당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 조 바이든 부통령,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등 당 지도부가 총출동한다. 경선 경쟁자였던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과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도 가세한다.

반면 공화당은 도널드 트럼프 후보를 지지하는 일부 정치인을 제외하면 트럼프의 가족과 스포츠 스타로 지지 연사 명단을 꾸렸다. 조지 HW 부시 전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불참한다. 공화당의 2012년 대선후보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와 2008년 대선후보 존 매케인 상원의원도 전당대회를 외면했다.

경선에서 트럼프에게 참패한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는 전당대회 직전인 17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 기고문에서 “트럼프는 공화당의 원칙도 미래도 아니다”며 직격탄을 날렸다.

역시 트럼프의 경선 경쟁자였던 존 케이식 오하이오 주지사는 전당대회 기간 중 클리블랜드를 방문할 계획이다. 하지만 그는 “트럼프의 전당대회장에는 발을 들여놓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전당대회를 통해 당의 화합을 끌어내야 하는 처지인 트럼프로서는 이래저래 체면을 구겼다. 경선 라이벌 중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과 신경외과 의사 출신 벤 카슨,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가 연사로 나서는 게 그나마 위안이다.

나머지 정치권 인사로는 폴 라이언 하원의장,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 릭 스콧 플로리다 주지사가 연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민주당은 물론 역대 공화당 전당대회와 비교해도 중량감이 떨어진다.

대신 트럼프의 부인 멜라니아와 어른이 된 자녀인 에릭, 이반카, 티파니,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가 지지 연설에 나선다. 정치권 밖의 유명인사로는 첫 여성 우주왕복선 지휘관인 아일린 콜린스, 속옷모델 출신 안토니오 사바토 주니어가 포함됐다.

공화당 주류 인사들의 외면으로 트럼프를 대선후보로 선출하는 전당대회는 자칫 분열과 갈등의 장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다. 실현 가능성은 적지만 일부 공화당원은 여전히 트럼프 대신 다른 사람을 대선 후보로 내세우자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전당대회에 참석하는 대의원에게 지역별 경선 결과에 구속되지 말고 자유투표를 하도록 허용하자는 것이다. 이들의 목소리가 판세를 뒤엎을 만큼 크지 않지만 트럼프의 대선후보 선출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 전당대회장 바깥에서는 트럼프에 반대하는 다양한 세력이 시위를 벌일 예정이어서 트럼프 지지자와 물리적으로 충돌할 우려도 제기된다. 클리블랜드 시 당국과 경찰은 총기사고 가능성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한편 트럼프는 지난 14일 발표된 뉴욕타임스·CBS 공동 여론조사에서 40%의 지지를 얻어 민주당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동률을 기록했다. 지난달 같은 조사에서 37%로 43%를 얻은 클린턴에 6% 포인트 뒤졌던 것에 비하면 많이 따라잡았다는 평가다.워싱턴=전석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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