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행 김빠진 더민주 전대, 대선 악재냐 단합 기회냐

입력 2016-07-18 04:17
정세균 국회의장이 17일 국회에서 열린 제68주년 제헌절 경축식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박주선 심재철 국회부의장, 심상정 정의당 대표,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김희옥 새누리당 혁신비상대책위원장, 이인복 중앙선거관리위원장, 황교안 국무총리, 박한철 헌법재판소장, 양승태 대법원장, 정 의장, 황한수 전 의원. 서영희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흥행 참패’를 겪고 있는 전당대회(전대)를 두고 손익계산에 분주하다. 대권 가도에 찬물을 끼얹을 것이란 우려, 당내 분란 없이 안정적으로 대선을 관장할 것이란 안도가 교차하고 있다. 당권 경쟁의 강력한 ‘제3후보’였던 이재명 성남시장마저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당권 향방에 관심이 집중된다.

“宋·秋 외엔 인물 없나”

이 시장은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불출마 입장을 밝혔다. 당대표에 당선될 경우 사실상 시장직을 포기해야 한다는 점, 현 당헌에 따라 당권을 손에 쥘 경우 대권 도전이 불가능하다는 점 등을 고려한 현실적 선택이다. 이 시장은 17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공직선거법상 지방자치단체장의 선거운동 개입이 금지돼 있어 내년 대선에서 당대표 역할을 제대로 못하거나 시장직을 사퇴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며 “내년 정치일정(대선)과 관련해 어떤 것이 더 나은 역할인지에 대한 고민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로써 더민주는 전대 흥행몰이에 쓸 ‘카드’를 또 하나 잃었다. 당대표 선거가 추미애 송영길 의원 간 2강 체제로 빠르게 굳어지면서 여론의 관심도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제3후보 ‘등판’을 기대하는 목소리는 여전하지만 전대가 불과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와 성사 가능성은 더욱 낮아지고 있다. 당내 비주류 인사들은 최대 7억여원에 달하는 선거 비용 등을 명분으로 일찌감치 발을 뺐다. ‘친문’(친문재인) 진영이 확실한 다수가 된 상황에서 굳이 승부수를 띄울 필요가 없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제 남은 건 정청래 전 의원과 김상곤 전 경기도교육감 등 원외 인사 정도다. 그러나 이들 역시 친문 인사로 분류돼 당내 역학 구도에 극적인 변화를 주기는 어렵다. 전대와 거리를 두고 있는 문재인 전 대표 측도 당권주자들이 자신을 거론하는 상황이 부담스럽긴 마찬가지다.

‘대선 찬물’ vs ‘분열 방지’

더민주 내에선 지속적으로 ‘전대 흥행 참패’ 우려가 나온다. 더민주는 여론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는 반면, 이미 후보 5명이 치열하게 경쟁 중인 새누리당 전대에는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번 전대를 통해 지지층 결집은 물론 ‘컨벤션 효과’까지 이끌어내야 내년 대선에서 야풍(野風)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 ‘전대 흥행론자’들의 주장이다. 이 시장도 “다양한 색깔의 후보가 나와 당원이나 국민의 선택의 폭을 넓혀주고, 컨벤션 효과를 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전대를 최대한 조용하게 치러야 분열을 방지하고 전열을 가다듬을 수 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전대마다 당이 두 세력으로 갈라지더니 결국 대선 패배는 물론 분당 사태까지 초래한 전례가 있어서다. 당이 쪼개질 바에는 차라리 흥행이 안 되더라도 안정적으로 당을 운영하며 집권을 노려야 한다는 현실론이다.

실제 2012년 민주통합당 6·9전대에선 당시 이해찬 의원을 중심으로 한 친노(친노무현)계와 김한길 의원의 비노(비노무현)계가 정면충돌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시절인 2014년 2·8전대에선 친문계와 박지원 의원의 호남 세력이 맞붙었다. 전대에서 촉발된 계파 갈등은 결국 지난해 12월 국민의당 분당 사태로 이어졌다. 극한 대립이 재연돼 대선을 망치기보다는 차분하게 준비하는 게 우선이라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