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PK “靑의 무능, 대통령 독단 스타일에 실망”

입력 2016-07-18 00:10
새누리당 지상욱 대변인이 17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4·13총선 백서인 '국민 백서'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서영희 기자

새누리당 혁신비상대책위원회가 20대 총선 이후 95일 만에 참패 원인을 분석한 ‘국민백서’를 17일 공개했다. 계파 갈등, 불통, 자만, 무능, 공감부재, 거짓쇼, 선거구도 등이 패배 요인으로 꼽혔다. 한마디로 “여권 모두의 책임”이라는 뜻이다. ‘다양한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주류의 논리가 반영된 셈이다. 총선 이후 이미 여러 형태로 지목돼 왔던 내용이 경중 없이 잡화점식으로 나열된 형태여서 ‘책임 분산에 그쳤다’는 평가도 나왔다.

백서는 총선 참패의 원인에 대한 일반인과 당 사무처 직원, 출입기자, 총선 경선후보, 전문가 의견을 구분해 담았다.

새누리당이 크게 패한 수도권과 부산·울산·경남(PK) 지역 유권자 면접조사에선 ‘청와대와 새누리당의 공동 책임’ 목소리가 높았다. 특히 수도권 20∼30대 여성은 “세월호 사건, 메르스 사태, 누리과정 논란 등을 대처하는 과정에서 청와대가 무능하다고 느꼈다”고 답했고, PK 45∼59세 남성은 “청와대 책임이 가장 크다. 계파 갈등만 불러일으켰고, 아부하는 의원들만 살아남았다”고 지적했다. PK 30∼44세 남성은 “대통령의 독단적인 통치 스타일이 실망을 안겼고, 당의 ‘180석+알파’ 발언은 분노를 일으킬 정도”라고 했다. 유권자들이 민심 이반의 책임 당사자로 박근혜 대통령을 비중 있게 거론한 점이 눈길을 끈다.

백서에는 공천갈등과 ‘진박’ 마케팅, 이한구 전 공천관리위원장의 독단, 유승민 의원 공천배제, 김무성 전 대표의 옥새파동 등도 언급했다. 특히 ‘배신의 정치’로 지목된 유 의원이 공천을 받지 못하는 과정에서 청와대가 친박(친박근혜)·비박(비박근혜)을 가르고 선거에 깊이 개입했다는 인상을 받았다는 분석도 언급됐다.

인명진 목사(전 한나라당 중앙윤리위원장)는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심판이었다”며 “대통령과 당이 서로 엉켜 있는 한 다음 대선은 어렵다. 대통령은 결국 탈당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백서는 상향식 여론조사 공천 실패, 낮은 현역 교체율, 선거전략 부재 등 여타 문제도 거론했다. 총체적 패배 원인을 다각도로 분석했다는 게 당의 설명이다. 그러나 “우리 모두의 책임”이라는 밋밋한 결론이어서 감흥이 떨어진다는 평가도 나온다. 결국 백서의 제언 역시 ‘계파 갈등 종식’ ‘수평적 당청 관계’ ‘지도부 리더십 회복’ ‘참신한 인재 영입’ ‘경제 살리기’ ‘비전 제시’ 등이 제시됐다.

김희옥 혁신비대위원장은 “백서 발간은 과거로 돌아가기 위한 게 아니라 미래로 전진하기 위한 것”이라며 “그렇지 않으면 백서 자체가 당의 발전에 또 다른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당권 주자인 이주영 의원도 “특정한 사람만의 책임 문제가 아니다”고 했다.

그러나 정병국 의원은 “국민과 당원 모두 알고 있는 참패 원인을 인정하지 않는 건 계파 패권주의에 대한 굴복”이라며 “백서를 인정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김용태 의원은 “막장공천의 책임을 이한구 전 공천관리위원장 한 사람에게 지우고, ‘친박 패권’이라는 구조적 배후와 원인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어 아쉽다”며 “친박 패권의 몸통들에게 면죄부가 발부됐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라고 꼬집었다.

김 전 대표와 가까운 김학용 의원은 “당 대표로서 정치적 책임은 분명히 져야 하지만 공천 과정 최대 피해자인 김 전 대표를 총선 패배 책임자로 지목하는 건 더 이상 동의하기 어렵다”고 반발했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