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6470원… 총선공약에도 인상률 7.3%로 꺾여

입력 2016-07-17 18:31

2017년도 최저임금액이 시간당 6470원으로 결정됐다. 월급 기준으로 135만2230원이다. 올해 대비 인상률은 7.3%로, 지난해(8.1%)보다 낮다. 이 정도면 적정할까.

법적 심의 절차가 끝났지만 “턱도 없이 부족하다”는 비판과 “이만큼도 부담된다”는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매년 반복되는 갈등이지만 올해는 유독 심하다. 최저임금 심의과정 내내 양측이 입장차를 한 치도 줄이지 않고 버티기로 일관해 사실상 ‘무협상 심의’라는 오명을 남겼다. 최저임금 결정 권한이 없는 정치권이 총선에서 대폭 인상을 공약으로 내걸며 국민적 기대치만 높이고, 최저임금 심의 주체인 노동계와 경영계는 정치적 구호 뒤에 숨어 협상에 책임지지 않는 구조를 깨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8.1%→7.3%, 꺾인 인상률

17일 최저임금위원회에 따르면 최저임금 인상률은 2007년 12.3%를 기록한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 등으로 경기가 침체하면서 2010년 2.8%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내수 활성화 등의 필요성이 강조되면서 2011년 5.1%로 높아진 이후 지속적으로 상승 곡선을 이어갔다. 특히 지난해에는 정부가 가계소득 증대와 노사정 대타협을 위한 사회적 분위기 조성 등을 내걸며 최저임금 인상을 강조한 끝에 올해 8.1% 인상이 결정됐다.

내년도 최저임금도 정치권의 총선 공약 등에 힘입어 지난해 수준은 오를 것이라는 기대가 컸지만 인상률은 7.3%로 내려앉았다. 장기화된 경기침체와 극한 실업률, 조선업 구조조정 등에 따른 경영계 부담론이 힘을 얻었다는 분석이다. 정부 관계자는 “여러 주장이 있지만 지금과 같은 경기 상황에서 중소기업의 부담률과 저소득층의 소득기반 확충 등을 두루 고려한 결정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번에 의결된 최저임금의 영향을 받는 근로자는 336만여명(경제활동인구 부가조사 기준)으로 추정되며 영향률은 17.4%다.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 기준으로는 210만명 정도가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협상은 없었다

이번 최저임금 심의에 걸린 기간은 108일로 법정 심의기간 90일을 훌쩍 넘겼다. 최근 10년 내 가장 긴 심의기간이다. 전원회의 횟수도 14회로 최다를 기록했다. 이 기간 동안 노사 양측은 심의 초반에 제시한 인상안 ‘1만원대 6030원(동결)’에서 한번도 굽히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심의과정에서 근로자위원과 사용자위원이 각각 수정 요구안을 2∼3회 정도 제시하면서 금액 차이를 좁힌 뒤 공익위원이 중재안을 내왔던 것과 다른 과정이었다.

노사가 단 한 번도 수정안을 제시하지 않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양측의 진전이 없다보니 12차 회의에 이르러 공익위원이 제시한 심의 구간도 ‘3.7% 인상∼13.4% 인상’으로 폭이 넓어 중재의 의미가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많이 만나기만 했을 뿐 협상 주체 간 실질적인 협상은 이뤄지지 않았다.

결국 최종 결정은 사용자 측이 제시한 안을 놓고 표결을 해 이뤄졌다. 총 27명의 최저임금위원 중 표결 방식에 반대한 근로자위원 9명과 ‘최저임금 동결’을 끝까지 주장하던 소상공인 대표 2명이 퇴장한 가운데 이뤄진 표결이었다.



정치권 목소리만 컸다

최저임금위 논의 방식에 대한 비판은 매년 반복된다. 노사가 각자 입장과 주장만 제시하면서 최저임금 결정이 아닌 정치싸움을 벌인다는 비판이다. 박준성 최저임금위원장은 최저임금 심의를 마친 뒤 “최저임금 위원회 무용론이 있는 것은 알지만 제도 문제라기보다는 토론 문화와 의지의 문제”라면서 “노사가 먼저 안을 내고 표결하는 문화가 필요하다”고 토로했다.

최저임금 결정권을 갖지 않은 정치권에서 최저임금 인상을 정치적 표어로 내세우다보니 협상 주체들이 그 구호 뒤에 숨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익위원이 사실상 사용자위원과 정부의 입장을 대변해 객관성이 없다는 노동계 반발도 매년 반복되고 있다. 노동계 관계자는 “노동계는 정치권을 등에 업지 않으면 아무런 수단이 없다”면서 “미국 등과 같이 의회에 결정권을 주는 방법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