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발생한 폭스바겐의 디젤차량 배출가스 조작 스캔들을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수년 전부터 알면서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EU 집행위는 지금까지 조작 사실을 몰랐다고 부인해 왔다.
독일 주간 슈피겔은 2010년부터 EU 집행위가 조작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내용의 문서를 다수 입수해 지난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문서에 따르면 EU 집행위와 회원국 정부는 사전에 배출가스 배출량 조작 정보를 입수했다. 독일 정부 역시 2012년부터 이를 알고 있었다.
문서에 따르면 2000년대 중반 EU 집행위는 배출가스 배출 감소가 예상치보다 이상할 정도로 더딘 것을 발견하고 합동조사센터(JRC)에 정밀조사를 지시했다. JRC는 고속도로주행측정시스템(PeMS)을 사용해 배출가스의 온도와 화학 구성을 조사하고 속도, 가속 등 차량 데이터를 조사했다. 미국에서 폭스바겐 스캔들이 밝혀질 때 큰 역할을 한 시스템이다.
이 테스트는 2007년 시작돼 2008년 종료됐다. 슈피겔은 당시 조사보고서에서 산화질소 배출량이 비정상적으로 높았다고 전했다. 2010년에 나온 문서에는 당시 배출가스 검사 단계에서 이상이 있다는 게 이미 공공연한 사실이라고 적혀 있다.
2012년 5월 EU 집행위원회는 영국, 프랑스, 독일 등 회원국 관련 부처에 이메일을 보내 ‘저규제차량 실제주행배출 조사위(RDE-LDV)’ 회의결과를 알렸다. EU 집행위 주도로 구성된 이 회의에는 EU 회원국 대표를 비롯해 JRC, 자동차회사, 비정부기구(NGO) 등이 참여했다.
2012년 여름 당시 EU 집행위 산업 담당이었던 이탈리아 국적의 안토니오 타자니 전 EU 의회 부의장이 개인 면담과 서한을 통해 배출가스 배출량 검사에서 조작이 있었다는 사실을 통보받았다. 그러나 이후에도 아무런 조치가 없었다.
2014년 11월에는 EU 집행위원회에서 환경 업무를 맡은 칼 팔켄베르그 집행관이 타자니에게 서한을 보내 “(자동차 업계의) 현 행태가 EU법에 부합하는지 검토하라”고 강하게 요구했다. 슈피겔은 이 서한에 폭스바겐이 쓴 방식과 동일한 조작 기술이 언급됐다고 전했다.
EU에서는 지난해 미국에서 폭스바겐 스캔들이 보도된 뒤에야 관련 조치가 취해졌다. 현재 EU 집행위는 차량 제조업체들에 허가 과정에서 사용한 소프트웨어를 명시하도록 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지난달에는 기존보다 자세한 배출 정보를 제공하는 최신 측정방식인 WLTP를 도입하는 데 합의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
“EU, 폭스바겐 배출가스 조작 6년 前 알았다”
입력 2016-07-17 18:20 수정 2016-07-17 2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