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세포복제배아 연구 재개, 생명윤리 어긋나”

입력 2016-07-17 20:41
교계 안팎에선 체세포복제배아 연구가 인간 복제로도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생명윤리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핵을 제거한 난자(가운데 동그란 모양)에 체세포 핵을 넣어 인간 체세포복제배아 줄기세포를 만드는 과정. 국민일보DB

보건복지부가 지난 11일 차의과대학(차의대)이 제출한 인간의 체세포복제배아연구계획을 조건부 승인한 것에 대해 교계 안팎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내에서 체세포복제배아 연구가 재개되는 것은 2009년 이후 7년 만이다. 차의대는 2009년에도 줄기세포를 만들기 위한 연구를 진행했으나 실패했다.

체세포복제배아연구란 난자에서 핵을 제거한 후 체세포 핵을 이식해 만든 ‘체세포복제배아’로 ‘줄기세포주’를 수립하는 것이다. 이번 연구는 체세포 복제배아에서 줄기세포주를 생산해 시신경손상, 뇌졸중, 골연골형성이상 등 난치병의 치료법을 찾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2020년까지 5년간 동결난자 500개와 비동결 미성숙난자 100개 등 난자 600개를 사용한다.

교계에서는 체세포복제배아 연구는 난자가 훼손될 수 있고 인간 복제로 이어질 수 있어 생명윤리에 맞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권오용 성산생명윤리연구소장은 “체세포복제배아는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라 해도 인체에 착상이 되면 인간으로 성장할 수 있는 생명체로 볼 수 있다”며 “이를 이용해 줄기세포주를 수립하는 과정에서 배아의 파괴를 수반하는데 이는 인간의 생명을 파괴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성산생명윤리연구소는 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회와 함께 지난 14일 연구 승인에 반대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구인회 가톨릭대 생명대학원 교수는 “배아든 체세포복제배아든 인간개체로 성장할 수 있는 만능세포로서 초기단계의 인간임에 틀림없다”면서 “배아의 죽음을 야기하는 연구는 살인과 다름없는 범죄행위로 허용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나 2008년 제정된 ‘생명 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은 조건부로 체세포복제배아연구를 허용하고 있다. 이 법 제29조에 따르면 배아의 보존기간이 지난 잔여배아는 발생학적으로 원시선(原始線)이 나타나기 전까지만 체외에서 연구 목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난임 치료법 및 피임 기술의 개발을 위한 경우, 근이영양증과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희귀·난치병의 치료를 위한 경우, 국가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대통령령으로 정한 경우 체세포복제배아 연구를 할 수 있다.

복지부의 승인에 앞서 차의대의 연구계획을 심의한 대통령 직속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 내에서도 이견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생명윤리심의위의 한 관계자는 17일 “기독교적 관점에서 보면 체세포복제배아를 만드는 자체가 배아 파괴를 수반하는 용인될 수 없는 연구”라면서 “위원회 내에서 의견차가 있었지만 법에서 정한 조건을 충족했기에 연구 허용을 막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체세포복제배아 연구에 반대하는 기독교계 등의 움직임은 계속될 필요가 있다”면서 “차후 동일한 연구를 막기 위해서는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체세포 복제 자체를 허용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복지부는 ‘차의대 체세포복제배아연구 관리위원회’를 구성해 난자이용연구동의서를 점검하고 연구에 쓰인 난자·배아 폐기과정을 사진 기록하도록 하는 등 매년 현장점검을 할 예정이다.

이사야 기자 Isaiah@kmib.co.kr